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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3. 2020

귀족 출신 좌파

내로남불?

모든 정치 사회운동이 그러하듯, 좌파 경제를 추구하는 집단에도 '귀족 출신'은 언제나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가진 부와 사회적 명망, 영향력은 운동을 진행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활동에 있어 '귀족들'의 참여는 언제나 딜레마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좌파활동을 한다고? 그럼 자신이 가진 유형무형의 자산들부터 모두 내려놓으시지 그래?ㅋ"
"자기는 대접받으면서 호의호식하는데 뭐? 가난한 자들을 돕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엌ㅋㅋㅋㅋ"


라는 형식의 비난들이 달라붙는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제법 사회적 기반을 가진 좌파 인사들을 물 먹이는데 최적화된, 우파들이 선호하는 상당히 정형화된 공격 방식이다.


(아니, 애써 '귀족'이 아니라 해도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럼 당신은 당장 당신의 통장에 남아있는 잔고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배분할 용의가 있습니까?"따위를 물어보며 '엿 맥이는' 사례가 종종 있지 않던가?) 


...



전쟁터에서 피칠갑을 하고 있는 군인은 반전주의자가 될 수 없는가? 그가 반전을 주장했을 때, 우리는 "정작 자신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적들의 피로 샤워를 했으면서 반전? 평화?"라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그렇게 평화가 중요하면 왜 너는 적의 모가지를 따고 뚝배기를 작살냈느냐?"며 반문할 수 있는가?


반전주의자 이전에 전쟁터의 구성원으로서 그도 일단 살고 봐야 한다. 그가 말하는 평화란 모두가 합의한 약속에 의해 다 같이 무기를 내려놓는 상황인 것이지 혼자 무장해제를 외치다 적의 과녁으로 사라지는 운명은 아닐 것이다. 그가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원한다 해도, 일단 그는 한 명의 전사로써 전장의 적을 죽여야만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살아가는 좌파들 역시 마찬가지겠지. 그들이 궁극적으로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이 '전쟁'의 종결을 바라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은 그 전쟁을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그 전쟁의 룰에 충실하며 피칠갑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신념 여부를 떠나 일단은 '그 룰'에 복종할 수밖에 없음은 신념의 문제 이전에 생존의 문제이다. 



한 명의 전사로써, 그는 경쟁자를 짓밟고, 최대한 많은 재화를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다. 상대를 비난하고, 어리석은 이들을 속이고,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을 물색해서 밟으려 할 것이다. 너 나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또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저주받은 수라장의 영원한 종식을 바라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모순인가?


+수능체제에 복종하며 서울대에 입성한 학생은 수능체제를 비판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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