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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4 시네마틱 총평

무서운가?

by 박세환

디아블로 4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혹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구현했다."라고 칭찬하는 한편 혹자는 "디아블로 3.5가 나온다는 소식은 들어보았으나 4가 나온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노라!"며 비난한다.


시네마틱 영상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듯하다. 혹자는 이 영상이 충분히 괴기스러웠다고 말 하지만 혹자는 식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의 입장은 '식상하다'쪽에 조금 더 가까울 듯하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혹은 반복되는 클리셰에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나는 영상을 통해 별 다른 공포감을 느끼지 못했다.


영상이 식상하다고 말하는 이들 중에는 으래 더빙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빙이 너무 경망스럽게 되어서 충분한 공포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로 된 원본 영상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더빙은 그저 본래의 말투와 분위기를 충실히 잘 반영했을 뿐이다.(영어 원본 음성 자체가 그다지 무게감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3 당시 그 저명했던 "비전력이 부 조카당~"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원본의 느낌'을 잘 살려내는 것이 더빙의 미덕이라면, 블리자드 게임들의 더빙은 전반적으로 무척 우수한 편이라 하겠다.)


20191114_123914.jpg "어머니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응 니네 엄마 조만간 X 털리고 유저들 템 셔틀로 전락할 거야^오^. 그 아빠가 그러했듯 말이지ㅠㅠ


원본의 음성과 대사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내가 느끼는 문제점을 집어보자면, 일단 말들이 너무 많다. 개인적인 공포 철학이긴 한데, 서늘한 공포감을 유발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영상, 소설, 게임, etc)이라면 일단 등장인물들의 말이 너무 많아선 안된다.


그리고 말투도 전반적으로 너무 평이하다. 초창기 디아블로를 접한 이들은 기억할는지 모르겠으나, 초기 디아블로의 등장인물들은 언행에 있어 무언가 다들 조금씩은 기괴하거나 차가운 부분이 있었다. 적어도 이들이 나와 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유저의 고립감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후반기 작품들로 가면 갈수록 자연스럽고 평범한 정서 패턴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이 흔해져 간다.

등장인물들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립감은 줄어든다.

(솔직히 말해서 등장인물 자체도 4명은 너무 많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시종일관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수다를 떤다!)


악마 부활의 숙주가 되는 인물들의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전작들에서 대악마는 언제나 '위대하고 고귀한 인물'을 숙주로 부활해왔다. 위대하고 고귀했던 영웅의 몰락. 이것은 유저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번 시네마틱에서 숙주가 되는 이는 고작 '하찮은 도굴꾼 3명'에 불구하다. 테마가 되는 대악마의 격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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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트'라는 악마의 설정 때문에 서라도 이 부분은 '특별히' 더 문제가 된다. 릴리트 아빠가 누구더라? 지지난작에서 유저들을 더욱 '부유하게'해 주기 위해 수억 번도 더 학살당한 만민의 빵셔틀 아니던가? 트라빈컬의 인권(?) 사각지대 지하실에서 유저들의 물욕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억겁을 짓밟혀야만 했던 가련한 캐릭터의 딸내미가 이번 작품의 주요 악마라고 하면 유저가 충분한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디아블로 시리즈는 슬슬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유저들은 이미 일곱 대 악마가 합쳐져 만들어진 타타메트도 때려잡았고, 그 대악마의 정수를 갈아 마셨다는 타락천사조차도 결국 유저에게 복날 개마냥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자, 이 세계관 속에서 유저가 공포를 느껴야 할 대상이 대체 어디에 남아있는가?


차라리 블리자드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 새로운 세계관으로 새로운 공포를 선사해 주었으면 한다.

아니면 그냥 갓 2를 리메이크해주던가. 추억팔이라도 좋으니까.



+그리고 추가로 블쟈 게임 속 세계가 자꾸만 워해머를 닮아가는 것 역시도 불만이다. 스타 2 자치령의 건축미학(SF+중세적 느낌)은 워해머 인류 제국을 꼭 빼다 닮았다. 이번 디아 4 시네마틱 영상의 사제(?)는 워해머 시리즈 카오스 사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옛날 블리자드 게임만의 미색(?)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91114_123553.jpg 이때의 음침함을 되돌려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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