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이길 수는 없다.
심각한 내전을 겪은 나라라 하면 보통 시리아 내지 리비아 정도를 떠 올리지 멕시코를 떠올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도 수년 전까지 처절한 내전을 겪은 나라이다.
윙? 멕시코? 멕시코에 뭔 일 있나염?
6년 동안의 내전으로 5만 명 이상 죽었고 공식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은 수치까지 더하면 7만 명이 넘을 것이라 한다.
대체 누구랑 누구랑 싸웠던 걸까? 정부군과 마약 조직폭력배들과의 싸움이었다. 그럼 왜 이 같은 엄청난 뉴스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시리아의 경우와 너무 대조적이다.) 왜냐하면 이 내전은 '미국이 직접 개입하고 있는' 내전이었기 때문 아닐까 한다. 멕시코 정부군이 미국의 후원을 받고 있거든.
그럼 대체 멕시코의 마약 조폭들은 어떤 놈들이기에 총칼 대포로 중무장한 군대가(그것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6년 동안 5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끝내지 못했던 걸까?
그래서 경제를 모르면 세상을 모른다는 것이다.
...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검색해 보면 무시무시한 병기들의 이미지가 나오긴 한다. 정규군 수준으로 중무장한 사병집단들 역시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정말 마약갱단들이 '순수하게 군사력으로' 정부군의 무력을 분쇄했던 걸까? 물론 아니지.
조폭들이 제 아무리 무기 몇 정 밀매해 놨다 하더라도 중무장한 군대에 맞설 수는 없다. 그런데 왜 멕시코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요직부터 일반 국민까지 대다수가 마약 카르텔의 하수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미군이 최신 무기만 믿고 전 베트남 국민을 적으로 한 체 싸웠다가 패배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좀 될지 모르겠다.
그럼 멕시코 사회는 어쩌다가 조직폭력단체들과 동고동락하게 됐을까?
98년 우리나라가 IMF를 맞은 그즈음 해서 멕시코에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몹쓸 국제자본 IMF 놈들에 의해 멕시코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대다수의 대중들은 거리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손을 댄 것이 바로 마약산업이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마약 산업은 얼마 안 가 멕시코의 (비공식) 주력산업이 되었고 많은 멕시코인들이 직간접적으로 마약조직들과 경제적으로 연관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마약을 취급하던 조직폭력단체들은 우리로 치면 삼성 LG와 같은 거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멕시코 국민들은 멕시코 마약산업이 몰락하여 다시금 거리로 내몰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좋은 싫든 조직폭력배들의 손을 들어줘야만 했다.(이 즈음에서 기업이 살아야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 아니냐며 무슨 짓을 하건 무조건 기업 만세론을 펼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연상된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그에 걸맞은 수요가 있어야 한다. 그 수요가 바로 미국이었다. 멕시코인들이 국경을 넘어와 미국인들에게 마약을 팔아먹게 되었고 때문에 나라에서 약쟁이가 늘어나 골머리를 썩히게 된 미국 정부가 멕시코 정부를 지원, 강요해서 국내 마약조직과 전쟁을 벌이도록 했다. 멕시코 마약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정부군은 월등한 화력으로도 마약조직을 소탕하지 못했고 사상자만 늘렸을 뿐이다. 결국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이 들어선 신 정부는 마약조직들과 적당히 '쇼부'를 본 체 뒤로 빠져버렸다. 사실상 패전이다.
결론은 이것. '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파워는 존립하기 힘들다. 설령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하여도.
따라서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치를 이해할 수도 없..? 아니지. 세상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지ㅋ 따지고 보면 아랍 민주화 역시 경제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니던가!
마르크스가 경제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던가! 초창기 사회주의자들은 죄다 경제학자 아니던가!
경제가 세상일의 '전부'는 아니라 할 지라도 '상당부'는 된다.
+이 같은 글이 상투적인 기업 옹호론으로 비치는 바보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