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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18. 2019

자유시장과 끝없는 경쟁 1

외부의 개입  없이 시장원리만으로 독점 해체가 가능할까?

자유시장 쟁이들이 언제나 최고로 여기는 시장의 자랑스러운 장점은 바로 ‘끝없는 경쟁’이다. 각 산업 분야마다 무수히 많은 주체들이 경쟁함에 그 누구도 절대자의 위치에 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자유시장이라는 것. 문제는 실제 현실에선 독과점의 등장과 지속으로 이러한 장점이 종종 무색해지곤 한다.


어느 특정 산업에 있어 무수히 많은 주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으면 그 속에서 저가&양질의 재화와 서비스가 끝없이 튀어나오게 된다. 남들보다 더 우수한 기능의 상품을 더 저가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끝없는 경쟁 속에 상대적으로 약한 주체들이 점차 시장에서 나가리 되고, 종국에 가장 강한 몇몇만이 살아남아 관련 산업의 독과점 구도가 굳어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별 다른 질적 상승이 느껴지지 않는 얼추 비슷한 상품들이, 별의별 핑계를 거치며 걸핏하면 슬금슬금 가격만 올라간다. 한때 시끄러웠던 질소과자, 흉기 차 안정성 논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개판질 등등 독과점화 된 시장 주체의 뻘짓들을 나열하자면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각자 한 트럭씩은 쏟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독과점 상태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시장주의자들은 순수 시장 속에서는, 설령 어느 주체가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주체가 시장에 진입해 기존의 주체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싼 가격에 내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순수 자유시장에선 반영구적인 독과점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흉기 차 맘에 안 들면 네가 회사 차려서 흉기보다 더 좋은 차를 생산하라는 그 말이다. 그냥 얼핏 들어도 멍멍이 소리라 논할 가치가 없다 여겨지지만 그래도 왜 이것이 말이 안 되는지 한번 따져보련다. 



태초에 시장에 A, B 두 회사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어느 한 해는 A가 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생산하여 B를 이겼다. 그럼 다음 해는 B가 열심히 하여 A를 다시 이기면 된다고 시장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태초의 경쟁이 5:5의 싸움이었다 해도 한번 승패가 갈리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이상 5:5가 아니게 된다. A회사는 이미 한 번의 시장 승리로 인해 B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당연히 이 수익은 그냥 먹고 싸는 것으로 소모되지는 않는다. A는 자신이 확보한 우월한 시장 지위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 B보다 더 많은 비용을 기술에 투자하게 된다. 고로 다음 해에는 반전이 일어나긴커녕 오히려 두 회사 상품 간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 격차는 이론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줄기는커녕 더욱 벌어져 간다. 


스타크래프트에선 고수건 하수건 같은 자원과 일꾼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 이는 하수에게 노오오오오력에 의한 승리 기회를 언제나 보장한다.(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론… ) 그런데 만약, 특정 유저가 승리할 때마다 다음 경기에서 1의 미네랄을 더 받고 시작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패배 시엔 다시 1 몰수. 시작 미네랄 최솟값은 50). 안 그래도 고수 하수의 편차가 심한 게임인데 그런 조건까지 더해진다면 기존 고수 하수 간의 그 편차는 아마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것이다.


하수는 매번 똑같이 미네랄 50을 가지고 시작할 것인데 어느 누군가는 시작부터 5000의 미네랄을 들고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는 이것이 실제로 구현된다. 한번 벌어진 서로 간의 격차는 이론적으로 다시 줄어들 수 없는 것이다.ㅇㅇ 대마불사. 규모의 경제.

(불론 현실 시장에선 독점자본의 몰락이 정말 불가능하진 않다. '강압적 정부 개입'이라는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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