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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28. 2021

퀴어축제 소고

'미친 짓'의 통용

한동안 '퀴어 축제' 이 문제로 시끄러웠더랬다. "난잡한 퀴어축제를 추방하라~!"

운영진 측은 억울해한다.
"원래 축제의 본질은 일탈이다. 유독 '퀴어축제'에 대해서만 뭐라 함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 표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 축제의 본질은 일탈이다. 축제문화가 발달되어있는 서방에선 특히 그러하다. 

스페인 토마토축제에선 온 마을, 거리, 도시 지천이 붉은색 떡이 될 때까지 서로 토마토를 던져내며 문자 그대로 'X랄병'을 떨어댄다.
독일 맥주 축제땐 온 마을 사람들이 꽐라가 되도록 퍼 마시며 길거리 공개 노상방뇨는 기본, 엉덩이를 내려 깐 반 송장들이 잔디밭 아무데서나 뒹굴어 다니는 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할진대 우리가 설령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며 보X쿠키를 좀 팔았기로서니 이 정도 가지고 뭐라 함을 어찌 억울하다 하지 않겠는가! 


...


한국엔 축제(..라고 적고 미친 짓이라 읽는다.) 문화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제일 미쳤지. 

조선시대 때까지만 해도 '석전 축제(???)'라고 해서 명절 때마다 마을과 마을이 편을 갈라 서로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축제 아닌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규칙? 규범? 그딴 거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면 힘껏 돌을 던졌는데 이게 무슨 솜덩이나 천 덩이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돌이라 당연히 사람이 맞고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분명히 말하는데 투석병은 고대시대 잘 나갔단 원거리 병종이며 투석행위는 활쏘기 못잖은 살상력을 가지고 있다.)

석전을 즐기다 사람이 죽으면 공권력이 나서는가? 당연히 그. 런. 거. 없. 다. 그냥 서로서로 석전이란 명분으로 마구 죽이는 게 합법적으로 용인되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이때를 틈다 사적인 응보를 풀고 다니는 이들도 깨나 있었으리라 싶다. 어쩌면 정부차원의 인구조절 방침이었을지도..
(구한말 선교사들의 방문록을 보면 석전이라는 명분으로 지나가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돌을 던지더라. 맞아 죽을 뻔했다. 실제로 누가 죽었다. 이런 기록들이 나온다.)

이 풍습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완전히 소멸되었고(일제의 몇 안 되는 공로라 본다.) 결국 한국엔 특별히 '미친 짓을 하는' 축제문화라는 게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어찌 되었건 현대의 한국에선 1. 누구든지 2. 어떤 상황에서도 3. 미친 짓을 해선 안된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그런데 퀴어들이 축제한다고 나와서 미친 짓을 한다? 사람들이 서구처럼 "아, 축제니까 미친 짓좀 할 수 있지."라 생각할까? 아님 "역시 퀴어들은 다 떠라이들이었어. 성소수자는 더욱 탄압해야만 해!"라 생각할까?

그래, 축제문화가 일상적인 서구였으면 속옷 좀 입고 돌아다녔기로서니 그런 걸로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수도 있겠지. 근데 여긴 서구가 아니라 한국이라서 말이다.
민감한 문제이니 어기까지. 판단은 각자 알아서.

+그런데 'X꼬팬티와 보X쿠키' 때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당연히 LGBT 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그 이후론 그렇게 이상한 돌출 행동을 하진 않는다고 한다. 대신 존재감이 없어졌지. 그리고 그 없어진 존재감을 '간고등어'가 다시 만들어 주었다.  



흔한 중동의 퀴어축제. 기본적으로 AK와 RPG가 없으면 축제가 성립하지 않는...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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