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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20. 2019

뇌를 파먹는 벌레. 선악 이분법

양당제 그 최악의 폐단

오늘날 정치 사회를 논하는 장에서 만연해 있는 좌우 선악 이분법 도식들은 필경 대다수 제1세계 정치에 널리 퍼져있는 양당제 체제에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소위 '선진'이라 불리는 제1세계 국가들에서 시행되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차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불완전한 선거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차악'을 의미할 뿐,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 기껏해야 2년에 한 번씩 '오직 한 정치세력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만으로는 그들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직 한 정치세력만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대상을 정해두고 그 대상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정치세력에게 몰표를 주고파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 결과 90% 이상의 사람들은 A를 막기 위해 B에게, 또 그 B를 막기 위해 A에게 투표하게 되고, 굵직한 힘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C, D, E, F 등은 일부 A, B 두 세력에게 포섭되거나 혹은 소멸해버리게 되며,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수준의 숨 쉬는 송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A, B의 양당제는 그렇게 굳건해진다.


양당제 치하에선 인간이 내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가치판단이 좌 아니면 우, 선 아니면 악으로 분류된다. 사회주의, 자유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 보수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 등 이념들의 미묘한 차이들은 소위 말하는 '그쪽 세계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며, 사람들은 그저 앵무새처럼 "그래서 그건 좌파냐? 우파냐?"만을 반복해서 질문한다.(한때 인터넷 정치판의 밈이었던 'X 무새'라는 표현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들에겐 오직 적인지 아군인지 여부만이 중요할 뿐이며, 이 밖에 그 어떤 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가치체계가 억지로 양분된다. 보수적인 기독교 신봉자가 포르노 필름을 생산하는 자본가와 한 편이 된다. 부유하며 자유분방한, 성공한 예술가가 과격 노동 운동가와 한 편이 된다. 이 속에서 "자유민주를 지키는 것은 숭고하지만 동성애는 안된다."라거나 "여성이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은 절대 금지지만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와 같은, 논리적 정합성 따위는 옆집 개먹이로 팔아버린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들이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당연히 이러한 방식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인위적 좌우 구분과 진영논리들은 절~~ 대 어떤 논리적, 합리적, 철학적, 이성적 성찰을 거치며 형성된 것이 아니며, 그저 치고받는 정치적 충돌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군소 집단들 간의 이합집산 속에서 형성되었을 뿐이지만 다수 대중의 뇌리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세한다. 논리적 일관성을 따지자면 말도 안 되는 어거지 투성이임에도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기존의 진영 분류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째서 이슬람 원리주의 신학자와 동성애 운동가가 '같은 진영'으로 묶여야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떠한 논리적 성찰을 하려 하기보단 그저 사용하는 어휘의 형태를 통해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방법만을 경험적으로 익혀나간다. 이 과정을 거치며 특정 개념에 대한 신성화와 악마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양당제가 만들어 낸 이 기분 나쁜 이분법은 사람들의 뇌를 파먹는 기생충이며, 사람의 관계망을 따라 바이러스처럼 끝없이 퍼져나간다. 

친구에서 친구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상관에서 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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