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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24. 2021

유통기한 5년짜리 싸구려 문제의식

"OOO개XX!"

예전에 했었던 말들의 연장선 격인 글이다.


전두환이 3S(Sports, Screen, Sex) 정책을 추구했던 건, 그 3S가 정치적으론 거의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구적 기득권들은 그 어떤 정치적 격변도 바라지 않으며, 때문에 민중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무언가에 실질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일전에 언급한, 미국 진보의 다크호스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경선에서 무찔렀던 기득권 민주당 중진 의원은 "공화당 트럼프는 우리 민주당의 적이니까 무찌릅시다!"라는 식의 뻔한 이야기 말곤 그 어떠한 '실질적' 변화도 재시 하지 않았다. 이 기득권 기성 정치인이 제시한 "공화당 트럼프와 싸우자!"는 본질적으로 전두환의 3S와 다를 게 없는데, 거기엔 민감하고도 실질적일 수 있는 그 어떠한 정치적 방향성도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트럼프가 '왜' 잘못되었고, 우리는 그들과 싸움으로써 '무엇을' 쟁취해야 하는지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저 '트럼프와의 싸움'이란 텅 빈 기표만을 팔아먹으며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자신의 기득권 지위 유지에나 급급했던 것이다.   

  

...


"문재인 개XX!"


내가 "문재인 좀 빨면 어떻냐?"라고 따졌을 때, 혹자는 "악질 빨갱이 문재인은 까야 제맛!"이라 답변하며, 혹자는 "친미 사대주의자 문재인 악질 반동!"이라 답변한다.

혹자는 친중 빨갱이 문재인을, 혹자는 친미 사대주의 문재인을, 혹자는 사회주의 문재인을, 혹자는 자본 앞잡이 문재인을, 혹자는 페미니스트 문재인을, 혹자는 페미니즘의 변절자 문재인을 비난한다.


그렇게, 단지 문재인을 미워한다는 속 편한 이유만으로 정의당에서 국힘당까지, 극좌에서 극우까지 어우르는 대 연합이 이루어지는데 이건 역설적으로 "문재인 개 XX!"라는 게 정치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한 구호 인지를, 의미 없는 텅 빈 기표에 불구한 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그 유통기한이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은 싸구려 문제의식이지. 내년이 되면 또 다른 이름으로 바뀌게 될 유통기한 5년짜리 싸구려 짭퉁 상품. 그 과정에서 빠와 까가 자리를 바꾼다 한들, 그들에게서 본질적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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