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말하는 그 뻔뻔함
좌, 우를 떠나 야당이면 항상 팔아먹는 워딩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소통’ 아닐까 한다.
이를테면, 이 사람 말도 저 사람 말도 다 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우리(야당)도 우리 방식대로 좀 해보고 싶은데 정부여당이 우리말은 안 들어준다는 거지ㅋ
이들은 자신들 말을 들어주지 않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민주적 정치질서를 무시하는 독재적 행각”이란 식으로 매번 비난을 퍼붓곤 한다. 그런데 생각을 한번 해 보자. 정부여당이 야당 말 안 들어주는 것이 독재이고 들어주어야만 민주적인가? 그럼 역으로, 선거를 통해 누가 권력을 잡건 상관없이 패배 한쪽도 항상 배려해 주어야 함에 최종 통치는 언제나 모든 의견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역설적으로 그런 체제에서 선거가 왜 필요하지?
빨간색을 가진 정당과 파란색을 가진 정당이 있는데, 선거에서 누가 승리를 하건 통치는 (빨강과 파랑의 중간으로써) 보라색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런 나라에선 선거라는 행위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선거는 빨간색을 선호하는 국민과 파란색을 선호하는 국민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가려내어 게 중 다수의 의견을 더 반영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파란색이 너무 못해서 아무도 파란색을 찍지 않았음에도, 선거 이후에 파란색의 견해가 최소 절반은 반영되어야 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파란색이 아닌 빨간색을 하려고,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을 하려고 투표라는 행위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정치세력의 영향력은 결국 지지율에서 나온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반영되기를 원한다면 그저 정당한 방식으로 지지자들을 늘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개뿔도 못해서 정권 내준 주제에 혁신도 없이 “민주주의니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나에게 지분 절반을 내놔.”라고 생떼를 부리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을 내어준 야당이 절치부심 환골탈태해서 다시 민심을 모으는 것에 성공했다면, 정부여당은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굽힐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끝까지 민심을 외면한다면 어차피 그 세력은 다음 선거 때 알아서 자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야당은 꼬우면 민심 다시 모아 오시던가요.^오^
(이번 조국 사태는 비록 다수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은 세력일지라도 이후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고집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겠다.)
가장 웃기는 것은, 자신들이 야당 할 적엔 죽어라고 “소통, 소통” 떠들어대던 세력일수록 막상 자신들이 권력을 잡고 나서 소통을 실천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떠들어왔었다는 이야기. 내로남불의 결정체.
…
민주주의 정치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아 성공한 세력일 경우 그 영향력을 충분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자유시장에서 성공한 대 자본과 부자들의 일방적인 영향력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을 달리한다.
자유시장에서의 성공은 가난한 다수를 만족시켰을 때뿐 아니라 부유한 소수를 만족시켰을 때 역시 가능하다. 고로 자유시장에서의 성공은, 그가 사회의 ‘다수’를 만족시켰는지의 여부를 입증해 주지 못한다. 거대 자본의 군림은 선거를 통한 정당화를 거치지 않았으며, 이건희는 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시장의 절대자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설명이 다소 빈곤하다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자유시장에 대한 비판 글은 지겨울 정도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치에서의 승리는 다르다. 보통 우리가 ‘현대식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 말하는 대부분의 사회는 인종과 계급에 상관없이 1인 1표로 이루어지는 선거체제를 가지고 있다. 고로 민주정치 하에서의 승리는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번 조국 글과 연계해서. 다수가 옳다 그러면 무조건 옳은 것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비판 역시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 상대를 설득해 보려, 딜을 걸어보려 시도라도 해 본 입장에서나 나올 수 있는 불만 표출이다.
되지도 않는 군중 동원 내지 진영논리 팔이, 검색어 조작질 따위의 하찮고 철 지난 분위기 몰이나 시도하려다 처 망한 입장에서 꺼낼 이야기가 못된다는 말이다.
++좌파들은 매 선거마다 '자본당(?)'들이 승리하는 현상에 대해 "자본가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였다."따위의 음모론을 펼치는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쥐들은 자발적으로 고양이를 대표로 선발한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람직한 정치전략을 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