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건 인정해라 좀
*여기까지만 험한 말 쓰고 앞으로는 줄여나가야지..;;
2006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비 오는 날 현수막의 김정일 사진이 비에 젖는다고, "우~트케 우리 장군님을 밖에서 비 맞힐 수가 있습네까?!" 울먹거리며 그렇게 홀딱 젖어가면서 온 거리의 현수막을 다 철거하러 다니던 미녀응원단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은 젖어도 되지만 우리 장군님 사진은 젖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사진엔 우리 쪽 대통령(김대중)도 같이 있었지만 그런 건 알바 아냐*^오^*
내가 어렸을 땐 아직 반공교육이 남아있었기 때문에(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그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에도 저런 내용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도자의 사진을 중히 여기며 공산당 간부들만 호의호식하는 나쁜 나라라는 정도의 내용만 있었지. 위~대한 수령님 장군님은 그 사진조차도 비를 맞혀선 안된다는 이런 싸이코스러운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없었다.
반공 교재를 만드는 그룹에서 06년 이전에 누군가 저런 이야기를 전달했으면 아마 빠꾸를 맞았을 것이다.
"야! 아무리 애들 상대로 하는 세뇌라지만 촘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지, 애들이라도 그런 건 안 믿어! 너 같으면 그런 삼류소설을 믿겠냐? 차라리 날으는 스파게티교를 믿고 말지ㅉㅉ"
...
'그 김정일'이 골골거리며 그 명줄이 다해가면서 다들 그 후계자에 대해 궁금해하던 시절, '김정은'이라는 듣보잡 아들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 어떤 탈북자가 보였던 반응을 기억한다.
그는 비록 자신이 북을 등진 사람이라곤 하지만 남한 사회에 만연한 북한 왜곡들이 종종 불편하다고 했다. 북이 아무리 이상한 나라라고 해도, 그래도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인데 외부세계에 알려지지도 않은 쌩판 모르는 어린 청년을 단지 백두혈통이라는 이유 만으로 지도자로 삼을 정도로 한심하진 않다고, 북에 대한 과도한 이미지 왜곡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결과를 알고 있지.
...
보통 감추어졌던 상대의 실체가 드러나면 "교과서에선 나쁘게 안 나오던데 실제로는 괜찮더라."가 되어야 하는데 부카니스탄은 그 반대였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건 부카니스탄은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주었으니까.
어떤 구좌파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카니스탄 혐오 감정이 무척이나 불편하신 듯한데 이제 인정할 걸 인정해야 하는 건 다중 일반이 아니라 당신들이다. 그간 우리가 접해왔던 부카니스탄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들은 왜곡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제 제발 인정하자. 부카니스탄 체제는 인류문명의 실패작이며 불행한 근현대사 속에서 발생한 뒤틀린 폐기물, 청산해야만 하는 역사의 찌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