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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02. 2021

탈레반과의 식사

맛있음^^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겠으나 난 (전직) 탈레반과 식사를 했던 적이 있었다.


...


대학생 시절, 이슬람 관련 교양수업에서 이태원 이슬람 사원으로 단체견학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던 아프간 출신 귀족 엘리트 한 명을 만나 어느 정도 친해졌더랬다. 서울대 대학원 유학생이었고 편의상 A라고 하자.

이후로 종종 몇 번 만났고 가족모임에 초대받아 식사도 대접받고 그랬더랬지ㅇㅇ


그 친구랑 같이 한국으로 들어왔었던 사촌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한국말을 잘 못했지. 짧은 영어에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어설프게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편의상 B라고 하자.


언제 한 번은 그렇게 '어설픈' 대화를 나누다가 '한국의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한국은 징병제이고, 나 역시 군대를 다녀왔다고. 거기 가서 뭐 배웠냐? 사람 죽이는 법 배우고 왔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에..


B가 자기도 군인이었다는 거야. 언제? 탈레반 정권 때 ㄷㄷㄷ

농반진반으로 "사람 죽여봤냐?" 물어보니까
해맑게 웃으면서 "YES!"라 답하더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아직도 이게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연락이 끊긴 지 좀 되었는데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금은 뭐 하고들 지내는지 모르겠다. 집안이 미국으로 이주한 것 같기도 하고...


...


제가 찍은 건 아니고 그냥 인터넷에서 퍼온 아프간 요리 짤입니다.


하나 분명한 건, 아프간 음식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것이다. 

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바 있지만

한국에선 쌀을 일반 물에 불려다가 먹잖아? 그래서 무미건조한 맛이 나지. 
그런데 '거블릿 필라프'라 불렸던 그네들 밥은 쌀을(알랑미) '닭 육수'에 불려다 먹는다. 그냥 일반 밥에서 볶음밥 느낌이 남. 때론 밥을 지을 때 닭고기 조각들을 같이 넣고 삶기도 하고.  


그밖에도 바나나를 이용해 만든 아프간식 요구르트인 '쁘레니' 한국의 만두와 비슷한 '만트'역시 꿀맛이었지.


야들이 쿠란에 나온 금기 때문에 못 먹는 게 많잖아? 그래서 그런지 금기가 아닌 그 남은 재료들 가지고 어뜨카믄 최대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 천년 동안 고민한 흔적이 혀 끝으로 느껴짐ㅇㅇ


연락 끊긴 이후 아직까지 그 맛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언젠가 거기 사원 다시 찾아가 요리법을 아예 배우고 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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