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문법을 교정하려 하지 마라.
"외국에선 7~8 정도 좌파 해야 중도좌파즘 쳐 주는데 한국에선 3~4 정도만 '좌파'해도 빨갱이다 공산당이다 아주 지랄얨병 난리가 남."
"솔까 3~4가 무슨 좌파냐? 유럽 기준으로 그 정도면 우파야. 한국인들은 우파를 가져다 놓고 좌파라 떠들어 재끼니 극우가 중도우파인 체하는 거지. 웃기지도 않음."
소위 진보좌파라 하는 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정말 지겹게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정도는 좌파 축에도 못 낀다. 이 정도가 무슨 좌파냐. 우파지. 구시렁구시렁.
하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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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좌우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기준 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와 공간에 따라 기준이 계속 변화하는 것이다.
좌파 우파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정치판에 등장한 게 프랑스혁명정부 당시인데, 그때 좌우파를 규정하던 기준이 지금과 동일한가? 막말로 "나치도 왕당파 기준으로 보면 좌파"라는 시니컬한 농담도 있지 않은가?
한국에선 냉혹한 정글 경쟁 속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자연의 순리를 경제에 적용함에, 약자를 살리겠답시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절~~~ 대 안된다는 게 보편적 표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구 기준으로는 좌파로 취급될 수도 없는..) 2~3 정도만 좌파 하자, 분배하자 해도 공산당 빨갱이라는 딱지가 사정없이 남발된다.
그게 그냥 한국사회의 좌우 기준인 거다. 오직 100% 시장원리 능력주의 약자도태만 해야 되니 분배나 복지는 1만 주장해도 바로 좌파가 된다. 당연히 서구 기준으로 우파인 사람도 한국 기준으론 좌파이다. 원래 다 그런 거야.
소위 '좌파'라 하는 이들은 대체 왜 그 기준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는가? 사람들이 그런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면 그 기준을, 그 문법을, 그 언어를 인정해서 그냥 "아 (당신들 기준 하에) 나는 좌파 빨갱이입니다~"해 주면 되는거 아냐?
그 문법 그 언어를 다 맞추어 주고서 "좌파 빨갱이가 왜 나쁘냐?"라고 따지고 들어가면 될걸 왜 자꾸 사람들의 문법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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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중들이 가진 기준 자체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다수의 대중이 가는 방향이라 해서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며, 단지 다수가 그쪽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태도도 문제다. 그거 대중추수주의이고 나쁜 거다. 일단 나 자신부터 '다수'와 함께 했던 삶보다 거리를 두고 지냈던 삶이 더 많았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문법을 탓하는 '좌파들'이 특히 마음에 안 드는 건..
.. 다수의 문법이 마음에 안 든다면 이를 바꾸어야 할 텐데 이를 바꾸려면 다수의 심리를, 내면을 알아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무조건 대중을 옹호하라는 게 아니라, 대중의 문법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해야 그 상대를 쳐부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소위 '좌파'라고 하는 치들을 보면, 가면 갈수록 대중의 문법으로부터 유리되어 방구석에 저들끼리만 모여 "우리가 옳은데 멍청한 대중놈들은 이를 모른다."이러면서 탓만 하고 있다. 애초부터 대중의 인식을 바꿀 생각 따윈 있지도 않았던 거지. 대중으로부터 괴리된, 자기랑 똑같은 이들 끼리만 모여서 "맞지? 맞지? 내 말이 맞지?" 하면서, 저들끼리만 알아먹는 걸죽~한 좌파 사투리로 떠들어 대면서 끝없이 서로 자위해주는 게 정치를 논하는 목적의 전부였던 거지.
'자위'가 목적의 전부인 이들이 정치를 말하는 데 그 한심함을 봐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보면 어찌 질리지 않겠는가? 어찌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