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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26. 2019

극단적 이타주의의 한계

"인간은 희생과 헌신을 위한 존재. 원초적 욕구는 하찮다!"

한국 식사 풍조 중엔 기괴한 예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를 논 해 본다.


단체 식사를 하는 중에 접시에 만두가 하나 남았다. 만두는 누군가의 혓바닥을 자극하며 원초적 만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이 만두의 존재 의의겠지. 그러나 보통 한국 단체 식사에서, 접시에 마지막 하나남은 만두는 사람들이 잘 건들지 않는다.

마지막 하나다. 내가 아닌 누군가는 저 만두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좀 더 두구 보자, 몰염치한 사람이 되지 말자문제는 그 생각을 당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남은 만두는 아무도 손대지 않게 되고 결국 멀쩡한 만두는 버려진다.;;


이 상황에서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굉장히 아이러니컬하게도 "게 중 누군가 하나는 몰염치"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타인의 이익과 감각보단 스스로의 이익과 감각을 중시하여 만두를 집어 들었을 때 비로소 만두는 자신의 탄생 소임을 다 하는 것이고 전체 집단의 행복 총량도 상승하는 것이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한 사람의 기쁨을 위했다는 명목으로 최후의 만두가 시식되기까지, 그 만두를 양보해온 다른 모든 구성원들의 이타심 역시 비로소 빛나게 되는 것이다!


말초신경에 닿는 원초적인 쾌감과 안락함. 이를 인정해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타와 양보'역시도 (그것에 대한 '수단'으로써)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전통 유교사회나 알라후아끄바르 사회처럼 원초적 쾌감과 안락을 죄악시 여기고 숭고한 희생과 헌신만을 지독하게 중시하는 엄숙주의(편의상 이렇게 부르자) 사회는 버려지는 만두와 같이 반드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태초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구성원 개개의 원초적 안락'을 부정해버렸기 때문에


"대체 그 무수한 희생과 헌신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의 기쁨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피할 수 없음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 배고픈 와중에 배고픈 친구에게 내 소중한 초코바를 나누어주는 행위는 "배고픔이란 원초적 고통을 극복하고 혀끝 말초신경의 쾌감을 얻고 싶어 하는 친구의 욕구"역시 숭고하고 소중하다는 가정 하에서나 그 성스러움을 인정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엄숙주의'적 관점으로 본다면 친구의 '원초적 욕구'는 하찮고 별 볼일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친구를 위해 초코바를 양보한 너의 행위 역시도 그다지 훌륭할 것이 없다. 하찮은 것을 위해 헌신하는 이가 어찌 숭고할 수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너의 행위는 친구로 하여금 극복해야 마땅할 동물적 천박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로 나약해져 버리도록 유도한 것이기 때문에 심지어는 죄를 짓는 것이 될 수도 있다!(친구의 나약함을 유발)


동물적 욕구를 느끼는 사람은 하찮다

그 욕구를 배려해 주기 위해 기꺼이 헌신했던 사람도 덩다라 하찮아진다

때문에 엄숙주의는 종국에 항상 같은 종착역으로 향하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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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인명경시 풍조가 바로 그것이다.

살고자 하는 욕구 역시 하찮은 원초적 욕구 아니던가?!


"대체 궁극적으로 누구의 행복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어야 하는가!"의 목적을 찾지 못한 무의미한 희생 헌신 엄숙주의는 결국 필연적으로 삶 그 자체를 하찮게 여기는 모습으로 진행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근대 자유주의 혁명 이후로 인간의 원초적 욕구들은 다시 숭고해졌다. 사회주의 역시 그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자유주의와 대립하는 것이지 궁극적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때문에 원초적 욕구를 부정해 버릴 경우, 자유주의는 물론이려니와 사회주의 역시 존립되기 힘들다.


그렇게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숭고함을 되찾고 나자 '타인의 욕구'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고 헌신하는 태도 역시 새롭게 숭고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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