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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1. 2021

특정 문화현상과 대중의 니즈

사라지지 않는 언어들

'빌리 헤링턴'이라는 게이 포르노 배우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밈이 널리 퍼져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밈의 중심인 '빌리'가 지독한 와패니즈였음이 밝혀지고 심지어 교통사고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그 밈은 사그라들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해병대의 엽기적 행각들을 '게이화'시킨, '황근출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밈이 등장해 사라진 빌리밈의 빈자리를 꿰차게 된다. 


엉덩국-빌리-황근출. 그뉵게이 밈은 그렇게 남초에서 그 끈질긴 명백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짓궂고 쇼킹한 그뉵게이 농지거리 장르'에 대한 니즈가 남초 커뮤 유니버스(?)에서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비슷한 예가 또 있다.

김치녀와 된장녀. 모두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을 추구하는, 체리피킹에 찌든 이기적인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소위 2016년 이전까지 끗발 날리던 남초 용어들이었는데 2016년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 리부트'이후 대표적인 여혐 용어로 지목당했고 집중 포격을 당해 결국 지금은 사어(死語)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 근래에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전해 들었다. 일단의 어린 남자아이들이 '의무는 지지 않으려 하면서 권리만 찾으려 하는, 체리피킹에 찌든 이기적인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의 욕설로써 '페미니스트'라는 워딩을 활용하고 있더라는 이야기.(ex : "너 페미니스트야? 너 왜 자꾸 페미처럼 굴어!")


의무는 않고 권리만 체리피킹 하려는 비겁한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김치녀와 된장녀를 여혐 용어로 지정해 못 쓰게 만든 게 페미니스트들이었는데,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용어 금지의 주체였던 그 '페미니스트' 자체에 본래 용어의 부정적 의미가 고스란히 이식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치녀' 시절의 남성들이건 작금의 어린 남성들이건 '의무는 거부한 체 권리만을 체리피킹 하려는 이기적인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어떤 용어를 활용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세대와 세월을 너머 '그런 종류의 인간'을 지목해 비난하고픈 니즈가 사람들 속에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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