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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6. 2021

무공 한 닢

박천득

내가 아시아섭에서 본 일이다.

로그 캠프에서 탈셋을 묻급으로 간신히 맞춘 듯 한 서민 소서 하나가 채팅창에다 Shift+클릭으로 무공 하나를 올리면서,


"황송하지만 이 무공 옵션이 제대로 뽑힌 건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다른 유저들을 쳐다본다. 상대 유저는 옵션 목록을 살펴보다가, 피해증가 수치가 300%를 넘어가는 걸 보고서


"좋소."


하고 답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무공을 받아서 창고 깊이 집어넣고 ㄳㄳ를 채팅창에 몇 번이나 치고 나간다. 그는 방목록을 살피더니 cowcowrun15라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유저에 거래 신청을 걸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무공을 올려놓으며,


"이것이 정말 옵이 제대로 뽑힌 만든 무공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상대방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거래방에서 Ctrl+클릭 사기 쳤어?" 소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인벤 정리하던 유저가 실수로 떨구는 거 먹고 튀었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허접한 실수를 한답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그만 합시다."


소서는 거래창을 내렸다. 상대방은 웃으면서


"즐디아."


하고 떠났다.



그는 인벤창에 무공을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덴 오브 이블 근처에서 우뚝 선다. 무공을 바닥에 내려놓고 서서 감상하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주어 인벤 창에 집어넣고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웨이를 타고 잊힌 도시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독사 사원 입구 옆에 가만히 서서 무공을 내려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소서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무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텔포를 써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Ctrl+클릭 사기 친 게 아닙니다. 디아 접는 유저한테 나눔 받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무공 같은걸 손쉽게 나눔 합니까? 이스트룬 말룬 하나 나눔 받은 적 없습니다. 풀룬 하나 주시는 분도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나는 한 개 한 개 열쇠를 모았습니다. 그 열쇠를 공포 증오 파괴 종류별로 333 모아 굴룬에 팔았습니다. 처음엔 굴룬에 팔렸는데 열쇠 시세가 폭락을 해서 나중엔 증오키 하나를 더 올려 간신히 거래했습니다. 그렇게 열두 번을 해 12 굴룬을 모아 베르룬 하나를 구하려 하니 급이 너무 차이 난다고 해서 한 번에 바로 거래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굴룬을 합쳐 오움, 벡스룬을 만들고 그걸로 간신히 수르룬을 구했습니다. 수르 4개를 합쳐 베르 두 개를 얻고 쓸만한 에테 미늘창을 찾았는데 미늘창도 에테4솟은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열쇠 벌이에 나섰고 다시 굴룬을 모아 수르하나 가격으로 에테4솟 그폴 하나를 얻어 간신히 이거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이걸 얻느라고 여섯 주가 더 걸렸습니다."


소서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무공을 만들었단 말이오? 무공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무공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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