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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13. 2022

NL종북과 극렬페미

잘라내야 할 건 잘라내야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잠시 NL종북사상이 나라를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종북이들은 "한민족 하나의 조국"을 외치고 다니며 자신들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서방과 미제의 앞잡이"로 낙인찍고 그렇게 마녀사냥 집단 린치를 가하곤 했다. 그렇게 한동안 '그들의 천하'가 있었다.


07년 즈음부터 이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이 뿜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그렇게 본격적인 '종북 응징'이 시작됐다. 민주당과 야권 정치세력들은 언제나 "너 종북이야?" "아니라면 김정일 개XX 해 봐~"라는 정치적 장난질에 죽도록 시달려야만 했다.


민주진보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없진 않았다. NL종북 버리자고. 언젠가는 때어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그러나 우리는 진보니까, 좌파니까, 지지층중에 친북 성향인 사람이 많으니까 안된다 등등의 지긋지긋한 변명들에 묻혔다. 결국 민주진보진영은 자기 스스로 멍에를 떨쳐내지 못한 체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종북몰이에 죽도록 시달려야만 했다. 


역설적으로 민주진보진영을 해방(?)시켜준 건 박근혜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민심을 상실한 통진당을 아예 박살 내버리고 이석기를 감방에 집어 처넣음으로써 NL종북담론을 한국정치 주류담론시장에서 영원히 추방시켜버렸다. 민주진보진영은 '그렇게 비로소' NL종북이라는 암덩이를 제거할 수 있었다.


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21석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탄핵을 거쳐 17년 정권을 창출할 수 있었다.


종북몰이가 한창일 적에, 일부 민주진보인들은 "저런 종북몰이를 하다 보면 언젠가 역풍이 불지도 모르니 기다려보자"라고 속 편하게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근혜가 스스로 통진당을 박살냄으로써 그 지긋지긋한 종북 이슈를 자기 손으로 끝장내버릴 때까지, 그 9년 동안 "종북몰이에 대한 역풍" 따위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오지도 않을 '역풍' 따위를 기다리며 민주진보진영이 무력하게 도망을 다니는 동안 보수우파세력이 종북이라는 약점을 더더욱 악착같이 물어뜯어댔을 뿐이다.  


그렇게 정권을 재창출하기까지, 스스로 게으른 관성을 떨쳐내지 못했던 민주진보진영은 9년 동안이나 무력하게 휘둘려야만 했다. 



...


이제 안티페미가 정치담론시장 전면에 등장했다. 이 상황은 '안티종북'이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2007~2008년 즈음 상황과 여러 가지로 비슷한데, 민주진보인들의 '일관된' 반응이 특히 더 그러하다.


10여 년 전


"우리는 진보좌파니까, 우리 지지층엔 친북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까, 우리는 종북비판에 함부로 응해선 안된다. '내부 정화'를 시도하려 해선 안된다." "남이 공격을 걸면 그냥 회피하고 넘어가자."그랬던 이들은


지금도


"우리는 진보좌파니까, 우리 지지층엔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까, 우리는 안티페미 놀이에 함부로 응해선 안된다. '내부 정화'를 시도하려 해서 안된다." "남이 공격을 걸면 그냥 회피하고 넘어가자."라고 말하고 있다.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준석은, 그리고 새로 개편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제 "너 페미야?"라는 마법의 용어를 밥먹듯이 남발하게 될 것이다. 그 옛날 그들이 종북몰이 시국 9년 동안 일방적인 재미를 보았던 것처럼, 그 과정이 다시 한번 고대로 반복되는 모습을 이제 우리 모두가 보게 될 것이다. 


만일 민주진보진영이 이로부터 도망치려 하면, 그들은 더욱 악착같이 쫓아 가 잡으려 들 것이다. 10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추격전이다. 


하.. 민주진보진영 친구들아. '그 지긋지긋한 9년'을 다시 반복하고 싶어? 정말 그러고 싶어? 


자, 봐봐. 국힘이 아무리 안티페미질을 처 해도 너거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여성들의 역풍' 따윈 일어나지 않아! 왠 줄 알아? "페미니즘에 무언가 문제가 있긴 있다."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이미 남녀를 떠나 2030층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걸 말해줄까? 정치시장에 새롭게 올라오는 잼민이들은 기본적으로 '박세환 정서'를 탑재하고 있다. 페미니즘을 싫어하고 엄벌주의적 성향과 친서방 정서를 기본 옵션으로 지니고 있지. 아무리 선거 참여 연령을 1년씩 낮추려 해 봐야 여러분들이 바라는 '민주진보정서'를 탑재한 잼민이는 올라오지 않아. 포스트민주화세대에서 그런 건 이미 소멸한 지 오래거든. 이 추세는 정말 오래갈 거야.


오늘도 같은 인사로 맺으려 한다. 부디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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