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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3. 2022

위험한 유혹 파시즘

공멸을 향한 급행열차


방구석 히키코모리 룸펜 '박세환들'이 종종 품게 되는 망상 같은 게 있다. 삼국지 같은 거 보면서 


"아~ 나님이 현대 자유민주사회가 아니라 저런 기사도적 낭만이 살아있는 전근대 난세에 태어났더라면 제갈공명 빰따구 처 갈기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도' 현대시대에 태어나 빛을 못 보는구나~ㅜㅜ"


... 이런 상상 하면서 코에이 삼국지나 토탈워 같은 거 하고 그렇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지.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아무리 오염됐고 기만적이라 해도) 등신 바보 천치들에게도 인권이란 개념을 부여하며 최소한의 보호를 보장해주는 현대 자유민주체제 하에서도 적응을 못해 도태되는 '박세환'들이, 기초적인 인권이란 개념도 없었던 전근대 난세에 태어났다면 영웅호걸로 발탁되어 천하를 호령하는 위인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


누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서구 페미 피씨 리버럴들의 삽질이 극에 달했고 이에 반감을 품은 '방구석 박세환 아서 플렉들'의 대안우파 성향도 나날이 올라가는 중이다.


다들 알겠지만 이 대안우파들은 많은 경우 민주진보적 가치관에 큰 적개심을 보이고 반대로 반 인권적인 파쇼, 전체주의적 사회에 묘한 로망을 품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사실 그랬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필자는 나치나 스탈린 체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전히 좋아하며 종종 찾아본다. 영화나 게임 등등..


그리고 또 '박세환'은 비슷한 성장과정을 가진 대안우파 성향 청년들에게 깊은 형제애를 느끼며 가능한 한 그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걸핏하면 좌파쪽 사람들에게 "저거 대안우파가 보낸 첩자 아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나도 안다. 좌파 커뮤 동네라 하는 곳들에서 "박세환이라고 하는, '자칭 좌파' 대안우파 첩자가 있다더라."이런 이야기 종종 나온다는 거ㅇㅇ


그래, 난 대안우파에 친화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하는 부분은 있다.


난 대안우파의 극으로 가 파쇼 전체주의적 세상에 로망을 느끼게 되는, '인생 망한 박세환'들에게 깊은 형제애를 느낄지언정 '그런 이상' 자체에 동의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


나도 그랬다! 군복을 쫙 빼 입은 나치 군인들 행진하는 거, 카리스마 넘치는 스탈린 동지의 초상 같은 거 보면서 로망에 빠지며 그렇게 성장해 왔다. 나 자신을 군복 입은 강자로 상정하고 내가 싫어하는 이들을 내 맘대로 수용소에 처넣는 상상을 하다 보면 나의 망가진 현실을 조금이나마 잊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이념은 그런 망상이 아니라 이성으로 해야 하는 거지.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껍데기로나마 민주와 인권이라는 개념이 존중되는 사회체제에서도 적응을 못해 도태 직전까지 가 있는 '박세환들'이 만약 파쇼 전체주의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군복을 입은 지배자'의 위계까지 성공적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을지, 아니면 그 군복 입은 압제자에게 이끌려 '부적응자 재사회화 수용소'같은 데로 끌려가 생체실험이나 받다 비참하게 골로 가게 될 확률이 높을지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버럴이라는 가치를 사유화하고 오염시켜 많은 '박세환들'로 하여금 잘못된 방향에 로망을 느끼게 만든 페미 피씨 엘리트들의 폐단은 억겁을 비판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 인권, 민주 등등의 가치 전부를 부정하고 파쇼적 방향에 로망을 느끼게 되는 세태가 정당 해지는 건 아니다. 도덕성은 둘째 치고서라도 본인들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자기파괴적이다. 자살충동이라고밖엔 볼 수 없고 아무리 좋게 봐줘도 고통스럽고 부조리한 삶에서 비롯된 1차원적인 감정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


진보너머의 친우들은 내가 방구석에서 처음으로 나와서 그들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을 기억할 것이다. 


페미 피씨들이 리버럴의 가치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에 실망하고 삶에 좌절한 많은 친우들이 대안우파화 되는 경향이 범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되어 갈 거라고. 나는 이 속에서 민주진보인권의 가치를 오염시킨 페미 피씨 엘리트들을 단죄하고, '조커화'되는 대안우파 청년들을 설득/구원하고 싶다고.


그 말을 처음 던진지도 어언 3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거의 실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 한잔이 땡기는 울적한 날이다..


+조커를 연민할 수는 있어도 조커가 대안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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