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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31. 2022

그런 모순을 견디는 게 '구좌파니즘'입니다

합리적인 신념의 중요함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구좌파는 몰락했다. 서방이건 반서방이건, 구좌파 이념을 제대로 구사하며 활약하는 주류적인 정치집단은 전무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많은 구좌파인들은 이를 미제, 서방과 자본의 분열책동 때문이라 입버릇처럼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일부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는 설령 존재하더라손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들은 좀 더 본질적인 이유로 눈을 돌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어차피 서서히 무너져가며 오래가지 못할 현실 속에 안주하다 완전히 소멸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연명하고자 한다면 말이지.


...


구좌파라고 해서 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이 문제에 있어 리버럴과 다른 점이라면, 그러한 소수자 문제의 본질을 정신문화적 측면 중심으로 진단하는 리버럴과는 달리 구좌파는 이를 자본과 불평등이라는 물리 물질적 원인으로부터 파생된 부수적인 문제로 여긴다는 정도. 어쨌든 둥 결론은 구좌파 역시 소수자 인권/권리 문제를 도외시하는 건 아니란 점이며, 실제로 소수자 정체성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구좌파인들이 리버럴들과 연대하여 극렬 투쟁을 벌이는 모습을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ex : 전장연 이슈)


반면 국제관계에 대한 입장으로 들어가면 리버럴과 구좌파는 철저하게 나뉘는데, 반서방세계의 전통-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해 서구식 자유-인권 정신에 반하는 답이 없는 구태 집단으로 여겨 철저하게 배척하는 리버럴들과 달리 구좌파들은 그들을 '서방 제국주의 침략자들로부터 오염되지 않는 숭고한 가치를 지켜내는 고결한 투사들'즘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들 어디에 못이 박히도록 접했겠지만, 이 부분에서 구좌파들은 엄청난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국 내에선 소수자 인권을 멸시하는 이준석과 같은 '극우 파쇼 세력'을 목청 높여 비난해 놓곤, 국제문제에선 그런 소수자들을 (이준석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철저하게 짓밟고 유린하는 반서방세계의 전통-권위주의 정부들을 옹호해 버렸으니 말이다. 



사실 이건 NL종북세력 그 수십 년의 흥망성쇠 전 구간 동안 못이 박히도록 제시되었던 비판이었다. 물론 그들은 이 딜레마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으며, 결국 다중의 지지를 상실했고, 그렇게 몰락했다.


뭐, 그렇게 폐허에 남겨진 체로 답을 찾으러 노력 중인 구좌파들도 있다. 게 중 그나마 안정적인 라인을 타는 이들은 '반서방 정서'를 포기한 이들이다. 반서방과 서방을 선악으로 나누던 그 이분법을 정리하고 오직 '자본과 노동'이란 전통적인 의제에 극도로 집중하며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이들. 사실 이들이 정말 전통적으로 가장 원형에 가까운 구좌파들이기도 하며, 필자와 교류하는 구좌파들은 대게 이 부류이다.(당연히 마르크스는 서방과 비서방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그런 프레임 따위를 제시한 적이 없다.)


불행히도 일부는 흑화 했다. 이들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포기하고 뉴라이트 내지 대안우파-권위주의에 흡수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들이 '남겨진 구좌파' 중에서 가장 불행한 부류는 아닐 것이다.


가장 불행한 부류는 소수자 인권과 반서방주의중 어느 쪽도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는 부류이다. 이들은 내재된 모순과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을 이겨내지 못한 체 서서히 미쳐간다. 일부는 사이비 광신도처럼 변해 그 어떠한 비판도 감당하지 못하고 숨는 외골수가 돼버리고 일부는 스스로도 알아먹지 못할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정신분열의 단계로 접어든다. 사실 세상을 향한 환멸은 모순을 내제 한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부터 나오는 것. 그렇게 그들은 미쳐가고("내 귀에 도청장치~" "으악! 국정원이 날 추적한다~!") 일부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더라. 정말로 미쳐서 죽는 거지..



...


본인부터 평생 우울함을 달고 살았던 사람이다 보니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주변에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이 꼬이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정서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보며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일관되고 깔끔한 신념체계(?)를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 무척 중요하다는 점이다. 간단하게, '그런 신념체계'를 가지지 못한 이들일수록 더욱 끔찍한 정서적 고통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물론 일관되고 말끔한 신념체계를 가졌다 해서 고통을 안 겪는 건 아니지. 그런데 그런 정신세계를 가지지 못한 이들에겐 그들만이 겪게 되는 어떤 특별한(?) 고통들이 더 있다고ㅇㅇ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이들을 구원해주고 싶지만 많은 경우 그건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인 경우가 많다. 실로 하늘의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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