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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4. 2022

전체주의의 로망에 빠지는 '박세환'들을 이해하자면..

실망과 환멸

지난 글(https://brunch.co.kr/@pmsehwan/525)에 이어서..

전체주의의 로망을 위험하다 말하는 본인도 특정 상황에서 권위적인 전체주의의 방식이 상당한 효용을 발생시킨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 하나하나를 친절하게 따지고 설득하면서 진행하지 않고, 압도적인 권한을 받은 령도자의 명령 한 마디에 전 국가가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돌아가는 방식은 분명 혼란과 위기의 정국에서 큰 효능을 발휘하곤 한다.


이를테면 본인은 경제발전에 있어 박정희식 독재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이미 전에도 밝힌 바 있으며, 혼란과 나락으로 빠져들던 독일을 일시적으로나마 생기 넘치는 사회로 바꾸어 놓았던 나치의 효율, 낙후된 농업국가를 1류급 공업국가로 업그레이드시킨 스탈린의 경제개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하루가 머다 하고 까내리는 러시아 푸틴 체제 역시 초창기엔 훌륭한 사회개혁을 이루어 냈다는 부분, 그리고 두테르테의 극단적 치안유지 방식 등등 역시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바 있다.


반면 자유주의의 세계에선 저런 "권위-전체주의의 방법론으로 이루어진 어떤 성과들"에 대해 지나치게 폄하하는 경향성이 있다. 마치 세상 좋은 모든 성과들은 오직 '자유주의'의 이름 하에서만 이루어졌으며, 권위-전체주의의 방법론 아래선 오직 나쁜 일들만 일어났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자유주의의 교육 하에서 자라난 이들이 나이를 먹고 스스로 찾아보다가 권위-전체주의 체제 하에서도 나름 눈여겨볼 만한 성과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그동안 '자유주의'라는 이름 아래 속으며 살아왔다는 느낌을 받게 될 수 있다. 이것이 극단적 반작용으로 이어져 180도 반대편 극으로 나아가 "서구-자유주의 질서 체제 하에선 그 어떤 좋은 것도 없었으며 오직 권위-전체주의만이 훌륭하고 인류의 정답이다."라는 결론까지 내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완전한 이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


누가 뭐래도 오늘날 세상에선 서구식 자유주의 질서가 가장 주류적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영향력 하의 모든 '신민들'에게 "서구식 자유주의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며 여러분 모두를 배려합니다~"라고 끝없이 되뇐다. 어려서부터 이런 이야기를 국민교육을 통해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으며 성장했지만, 실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전~혀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러니까 돈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외모도 별로고 친구도 없고 운동도 못하고 머리도 나쁜 나 따위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언제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합니다."라며 읊조려왔던 '자유주의'의 이야기들이 지독하게 가증스러워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


착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페미 피씨 엘리트들의 입장만, 돈 많은 이들의 입장만, 기만적이고 가증스러운 인싸 녀석들의 입장만 백번 천 번 반영되고 내 목소리 따위는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 스스로를 흑화 시켜 그 '자유주의'들이 그토록 악마화 해 왔던 권위-전체주의자들에게 협조하여 이 가~증스러운 자유주의의 모든 것이 처참하게 불타오르고 박살 나 가는 모습을 감상하며 미소 짓고 싶다는 욕구가 샘솓게 되는 거지.


수도 없이 반복해 온 이야기지만, 대안우파 현상은 현행 자유주의 질서의 실패를 보여준다.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아껴줄 것 마냥 떠들던 그 허울 좋은 슬로건이 공염불로 밝혀진 바로 그 자리에서 대안우파가, '흑화 된 악마'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


미약하나마,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모두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척했던 슬로건은 그냥 하찮은 슬로건을 너머 현실이 되어야만 한다고. 스스로 배제되었다 느끼는 '박세환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보받고 또 그렇게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것만이 불행한 과거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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