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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8. 2022

미쳐버린 시험공부 능력주의와 호모 사케르

시험 만능주의


능력 성과주의자 이준석의 강행으로 시행되는 '그 시험문제'의 한 도막을 보았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문재인 정부 초창기의 남북 하키 단일팀 강행과 2030층의 반발 현상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바람직한 해석'을 내어놓으라 했다. 그리고 "청년은 역시 공정을 원해."가 '정답', "청년층의 반정부적 성향은 이미 그때부터 드러나고 있었다."는 '오답'으로 처리되었다.


...


... 지금 한국에 여러 가지 정치적 관점과 정치계열들이 있겠지만 게 중 내가 유독 상대를 안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나는 박근혜를 추종하는 기성우파 태극기 계열 쪽은 아예 상대를 안 하는 편이다. 아~무리 폭넓은 교류를 하려 해도, 기본적으로 눈곱만큼이나마 교집합이 나와야 '대화'라는 게 이루어지는 건데 박근혜, 태극기 계열 사람들에겐 그 일말의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래서 내 글을 자주 봐 왔던 이들은 알겠지만 '박세환의 정치 세계'에서 그들의 존재는 종종 지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존재'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그렇게 그들의 사상을 탄압/억압하는 게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박세환의 사상'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답화, 성역화하고 모든 이들에게 이를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이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 자유주의의 관점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사람으로써, 나는 우리가 이 모~든 사상 관점들을 공론장에 펼쳐놓고 그 옳고 그름을 가타부타하며 끝없이 논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준석류의, 수도권 명문대 출신 우익우파 엘리트 능력/성과주의 공부 잘함 신봉자들은 이마저도 뭉개버렸다. 


시험이라는 건 결국 정답과 오답을 나누는 행위이다. 때문에 함부로 정답을 정해놓지 말고 공론장에서 충분히 숙고하며 '합의'해 나아가자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이상과 정오답을 딱딱 나누어 버리는 '시험'이라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그 잘난 이준석이 만든 시험 시스템으로 '국민의힘 정치'가 돌아가는 현실 속에선,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반대한 젊은층 정서'를 '반정부적 정서'로 해석하는 '관점'은 이제 대한민국 정부여당 차원으로 공식 부정된다. 그 현상은 오직 이준석이 원했고 설정한 답, "젊은층은 모두 공정에 미쳐버린 공정충이기 때문!"이라는 정답으로만 해석해야 하며, 그렇게 모두에게 강요된다. 만약 다르게 생각하는 이가 존재한다면, 너는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이기에, 두들겨 맞아서라고 강제 교정을 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 만약 이 시스템이 페미 피씨에게 이식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문제마다 "한남은 쓰레기이며 집단 재기를 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죄악을 속죄해야만 한다."라는 정답을 박아 넣어야 어떤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면? 


...


전술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제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할 수 있다곤 전~혀 믿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젊은층'이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며, 일부는 (나처럼) 선택을 방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파 이준석 성향 젊은 남성들은 '그들'에게 비난을 날리게 되겠지. 의도했건 안 했건 너희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페미를 이롭게 했다고.


아니, 그걸 누가 몰라? 페미 싫은 젊은층으로부터 표를 받고 싶다면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더  포용적인 대안을 들고 나오라고! "페미조차도 안 하는 정답 강요" 이런 미친 짓이 아니라 말이야!


누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란 게 없다... 우리가 무슨 선택을 내리건 우리의 모든 의지는 "페미니즘 피씨주의가 넘치는 사회와 시험성적으로 결정되는 이준석식 능력주의를 원했던 것."으로 '해석당한다'. 


우리에겐 우리의 의지를 우리 스스로 해석해 보여줄 권리가 없고 언제나 담론을 장악한 권력자들에게 우리의 의지를 위임해야만 한다. 그들은 언제나 즈들 멋대로 자기들만을 위한 정답을 정해놓으며,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던 무언가를 우리의 의지였던 것으로 강요받아야만 한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이들. 호모 사케르..


+이참에 그냥 선거도 하지 말고 대통령도 시험성적순으로 뽑자.. 


++'초대 시험 대통령' 경애하는 리정희 동지를 향해 인민 모두 가열찬 환영의 박수를 보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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