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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9. 2022

미쿸은 초자연적인 절대자가 아니다.

포장된 신


미쿸이라는 대상에 대해선 좌 우가 모두 이상하게 뒤틀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좌파는 종종 미쿸을 인류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대마왕 즘으로 생각한다. 가능한 한 지구촌 곳곳에 더 많이 군대를 보내 지배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그렇게 한번 먹은 영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미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를 떠나지 않고 대한민국 전 영역을 미국의 영역으로 확보해두려 할 것이라 주장한다.


우파는 종종 미쿸을 만능의 슈퍼히어로로 여긴다. 세계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쿸은 전 세계 도처에 군대를 보내 놓았으며, 자신이 군대를 보내 지키고 있는 동맹세력들을 굳건히 지킴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악한 반서방세계 권위주의 악당들의 팽창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쪽 모두 워딩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인데, 미쿸은 전 세계 방방곡곡에 군대를 보내 단 한 뼘의 영역도 적대 진영에 양보하지 않을, 초자연적으로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의지체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


.. 그래도 국민 평균보단 좀 더 국제분쟁이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각종 분쟁 이슈들을 접하며 미쿸에 대한 필자의 믿음은 깨져나갔다. 간단하게, 미쿸은 소위 '친서방'이라 분류된 그 모~든 영역을 적대세력으로부터 완벽히 지켜낼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


사람들이 많이 착각들을 하는 데, 사실 미쿸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쟁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예를 들어보자. 한국과 제법 친한 나라가 있었는데 외적의 침략을 받았데. 정부에서 우리 한국사람들이 무장하고 지원군으로 가 대신 죽어주면서 싸워나가자 하면 국민들이 뭐라 그럴까? 


"아 왜 내가 거길 죽으러 가 줘야 하는데? 왜 내가 대신 죽어야 함?"


"그런 역할을 미쿸같은 초강대국이 대신하라고 그래!"


문제는 미쿸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거야. 갸들이라고 지구 반대편 친구가 힘들다고 대신 죽으러 가는 거 원치 않는다고ㅇㅇ


결국 미쿸의 참전은 도~저히 그냥은 넘어갈 수 없을 급박한 상황까지 가서야 마지못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양차 세계대전 모두 미쿸은 뒤늦게 참전했다.) 이런 건 정말 문자그데로 '마지못해' 간 거기 때문에 '딱 그 정도만' 행동하려 한다는 거. 이게 무슨 말이냐.


1. 2차 대전 연합국 당사자들에겐 베를린을 누가 점령하느냐 하는 문제가 너무나 중요했는데 '남을 위해' 전쟁 오래 하는 게 귀찮았던 미쿸은 '베를린 공방전'이라는 그럴싸한 전리품을 그냥 스탈린에게 넘겨버림. 그래서 연합군 내 불만도 제법 있었다고..


2. 일본이 끝까지 개겨서 전쟁 오래가니까 짜증나서 빨리 끝내려고 핵폭탄 던져버림


3. 625도 귀찮아서 서울만 수복하고 대충 휴전해서 빨리 끝내려고 함. 이게 한 뼘의 땅이라도 더 먹으려는 국군의 입장과 상충. 결과적으로 연합군이 담당한 수도권 쪽 서부전선은 38선 아래로, 국군이 담당한 강원도 쪽 라인은 38선 위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이어짐. 결과적으로 우린 개성을 내어주고 철원을 가져왔지만 (지역민들에겐 죄송하게도..) 철원이랑 개성중 어느 도시가 더 가치가 있을진 좀만 생각해봐도 답을 알 수 있을 거고 이런 거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든 이승만은 '반공포로 석방'과 같은 폭주행위를 보이게 됨.



4. IS전쟁 때 동맹으로 요긴하게 사용한 쿠르드 세력들이 IS소탕 이후 벼르고 있던 중동국가들에게 침공받을 때 나 몰라라 함. 쿠르드 애들이 죽내 사내 노래를 부르니까 마지못해 돌아와서 그저 '목숨만' 살려놓고 돌아감. 당연히 영토는 많이 상실


5. 우크라이나 죽겠다고 소리 지르는데 핵전쟁 나는 거 싫다고 개입 안 하려다 마지못해 개인화기 중심으로 지원해 줌.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랑 전투기 지원은 거절. 전차 지원은 근래 와서 마지못해 허락.


... 이런 식인 거지. 


만약 우리가 중국의 침공을 받았다 하자. 당연히 체급에서 너무 밀리니까 우린 미국에 살려달라 SOS를 치겠지? 그래서 미국이 나라 망하는 건 막아줬다 하자. 그 대신 전쟁 장기화되는 거 원치 않으니까 제주도나 호남 도서지역 일부는 중국에 넘기고 대충 빨리 협정 맺고 전쟁 끝내라고 압력을 넣는 거지. 이제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닿으시나? 제주도? 우리에게나 목숨처럼 소중한 영토인 거지 미쿸에겐 아니야.


국제분쟁 찾아보면 미쿸은 정말 딱 이런 식으로 처신한다ㅇㅇ


미쿸이 원하는 건 지하자원이 풍부하거나 필수 불가결한 무역루트가 있는 극히 일부 지역들인 거지 결코 전 세계 영토가 아니야. 그리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는 미쿸에게 딱히 그렇게 탐나는 지역도 아니고 말이지. 유사시 미쿸이 우리를 위해. 대한민국의 땅 한 뼘 한 뼘을 위해 그 어떠한 피 흘림도 마다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은 빨리 접는 게 좋아.


그래서 결론은? 미쿸은 최후의 보험인 거고 우린 우리만의 안보태세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미쿸은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동맹'을 위해 대신 죽으려는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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