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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7. 2019

실업을 설명하라

부자감세, 규제완화, 쉬운해고 

어떤 체제건, 과반 이상의 다수에게 안락한 삶을 보장할 수 있어야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어떤 체제가 있는데 그 체제 하에선 전체 구성원중 10%만이 행복할 수 있다면, 필연적으로 그런 체제는 존속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완전 배제한(세금 X 규제 X 정부 복지 폐지) 자유시장이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이 체제는 반드시 과반 이상의 다수에게 (안락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무난한 삶을 보장할 수 있어야만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사회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은 어느 특별한 기술이 아닌, 그저 서류 정리를 하거나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다.(ex : 문 송합니다.) 자유시장이 정당할 수 있으려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그저 서류 정리 내지 벽돌 나르기에 불구한 다수의 시민들에게도 그 쓸모와 생존을 끝없이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AI의 발달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이후로도 말이다.


박가분 씨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량실업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날 징조가 보인다 해도, 그는 이를 가볍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는 케인즈주의자이며, 정부 개입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늘려서 4차 산업혁명의 대량실업 사태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의 방법론이 활성화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방식은 '시장 쟁이들'에겐 적용될 수 없다! 이들은 박가분이 아니다. 이들은 정부 개입을 그켬 한다. 이들은 순수 자유시장 세계에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벽돌 나르기와 서류 정리밖에 없는 이들에게도 "수요와 공급에 입각한 순수 시장의 방식으로만" 지속적으로 삶이 보장될 수 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면 난 계속 우파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자유시장은 1등이 100을 먹을 때, 10등도 한 30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자비로운 체제가 아니다. 보통 1등은 300을 먹고 2등은 80을, 5등부터 10등까진 아예 아무것도 못 얻거나 기껏 1~2 정도만을 얻은 체 쫄쫄 굶어야만 한다. 태생적으로 승자독식이라 승자의 엄청난 이득을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거두어서 하층민들의 삶을 지원해주는 재분배 시스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1등을 규제해서 2등 밑 그 이하에게도 삶의 터전을 보장해주던가(Check & Balance) 



시장 쟁이들은 노동계층의 삶이 힘겨운 것은 모두 정부 개입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 개입 없이 오직 세상이 아름답기 짝이 없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로만 돌아간다면(국방 : 민영화/ 치안 : 민영화/ 소방 : 민영화/ 교통 : 민영화/ 교육 : 민영화/ 복지 : 자선 빼고 다 폐지) 빈부격차도 훨씬 완화되고 보다 알흠다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동안 범 세계적으로 실행되었던 부자감세, 규제 철폐, 쉬운 해고는 절대다수 노동계층의 삶을 향상하지 못한 정도를 넘어 오히려 악화시켰다.


시장 쟁이들은 부자감세, 규제 철폐, 쉬운 해고가 별도로 효과를 발 위하지 못한 것은, 연준으로 대표대는 정부의 화폐시스템을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필자는 단순히 화폐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세상 경제에 '그 난리'가 난 것이라는 이들의 설명을 신뢰하지도 않지만, 설령 그 이론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연준 시스템을 바로잡기 전 단계에선 부자감세, 쉬운 해고, 규제 철폐가 별도의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혹자는 "특별한 기술을 보유할 수 없는 문과류 전공(졸업 후 필연적으로 서류 정리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서 빡센 경쟁 속에 이력서를 백장씩 써야만 하는)"들이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특정 기술'을 획득하도록 이과류, 공학류 전공 위주로 대학이 개편되어야 한다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그 말마따나 시장의 원리로만 따지자면 문학이나 철학과 같은 분야는 철~저하게 쓸모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수의 시장 쟁이들이 포진해 있는 경제학 역시 아마 그 '쓸모없는' 전공분야 중에 하나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주 최상급이 아니고서야 경제학은 오늘날 고용시장에서 그렇게 잘 팔리는 전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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