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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3. 2022

아픈 기억

관계의 단절

대인관계가 각박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사람은 소수의 단짝 친구 하나를 정해두고 꽤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내 삶 도처에도 주기적으로 그런 친구들이 있긴 했다.


대학시절 아싸였던 내게도 유독 친하게 지냈던 2학번 아래 동생이 있었다. (형 좀 귀여움. 이러면서 따라왔던...;;) 같이 겜하고 밥도 먹고 하면서 거의 8년 정도를 함께했던, 동생이 아니라 사실상 친구였지.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이 어지간하면 친해지기 어려울 나를 참 잘도 챙겨줬더랬다.


때문에 각박했던 대학 아싸 인생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웃으면서 의존할 수 있었던 녀석이었다.


그랬는데.. 녀석이 언제부턴가 돈에 좀 쪼들리더라.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십만 원.


원래 친한 사이에서 돈 빌려주면 돌려받을 생각 말고 그냥 주라고, 그 돈을 받으려고 하는 순간 관계는 깨진다고 그랬는데, 이게 내가 워낙 사회성이 없다 보니 이런대 또 쓸데없이 까칠했던 거지.. 한 달 지나고 갚겠다 한 시기가 오자마자 총알처럼 연락해서 빨리 갚으라고 닦달을 했더랬다. 이자(돈이 급했는지 10만원 주면 12만원으로 갚겠다고 했다..)까지 다 챙겨서 갚으라고 퍽 집요하게 연락을 했다.


으래 그럴 법하겠지. 결국 연락을 피하더라..



며칠 있다 간신히 연락이 되었을 때, 돈도 안 갚고 연락 끊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렇게 더 심하게 닦달을 했다. 그때 녀석이 뭐라 답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좀 더럽다~ 이런 느낌으로 돈 갚을 테니 이제 그만 연락해라. 대충 그런 말이었던 거 같다. 나도 더러워서 니 돈 안 받는다고 답변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게 이후 돈을 보내주긴 했었는데, 내가 기분 나빠서 다시 환송(?)시켰던 기억이 어슴프레 난다. 이자만 환송했는지 원금까지 환송했는지 까진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그깟 십만 원이 뭐라고.. 여하간 서로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이러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글고 나서야 비로소 난 내 곁에 남아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잠시 일했었던 직장 상사와 대화를 하며 이 이야기가 막간에 잠시 나왔었는데.. 니가 잘못한 거 맞다고. 사과 연락을 하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마지못하는 척 용기를 내어 사과 연락을 해 보았는데, 더 이상 받지 않더라. 그렇게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 뒤로, 참 여러 가지 일들로 참 여러 가지 눈물들이 있었더랬다.


...



살다 보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때가 있다. 오늘로 인해 어제가 다시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가는 밤. 다시 연락을 해 보았다. 연락을 받더라. 결혼하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미묘한 기분을 담아 말을 건네었지. 미안하다고. 수년 전 그때 미안했다고. 괜찮다고, 자기가 더 잘못했단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교차한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오늘은 마음속으로라도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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