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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3. 2022

상처받은 체로 러시아를 향하는 마음들

아픔이 시키는데로

전에도 말했지만,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다 해도 북중러가 그 대안일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부와 러시아의 대결 속에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북중러식 권위주의 체제가 세상을 지배하고 그렇게 '높은 성의 사나이'식 묵시록 디스토피아를 꿈꾸지 않고서야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건 당연한 것이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는 말이지만 구좌파-대안우파로 이루어진 반서방 연합은 각론적이고 세부적인 서방 비판에만 집중할 뿐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북중러식 질서로 어떻게 대체 가능할지 이런 총론적인 측면에선 그 어떤 합리적인 대답도 내어놓지 못한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위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일전 미쿸이 이라크를 침공하였을 때 세상의 대부분 좌파들이 이라크 쪽에 더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던 건 당시 후세인 정권의 이라크가 충분히 정상적인 나라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이라크는 쿠르드족 마을 우물에 독을 푸는 방식으로 수천 단위의 자국민 킬(?)을 한 방에 손쉽게 올려대던 그런 미친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던 구좌파들은 전쟁 가해자-피해자 논리에 입각해 미국을 더욱 비판했었는데 그랬던 이들이 지금은 안면몰수하고 "내가 은~제 그랬는가?" 이러면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여하간 민족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환산하고서 오직 그 민족공동체의 군사적 영광만을 추구하는 파시스트가 아니고서야 이번 전쟁에서 어느 쪽 진영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할지는 총론 층위에서 너무나 확고하기에, 박세환을 찾아와


"세환님, 그간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만행들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아십니까?"

"세환님, '나치' 아조프 대대의 전범 만행들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각론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시간낭비를 하는 건 당신들의 삶에 있어 그닥 영양가 있는 행위가 못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정치 오타쿠 짬이 얼만데, 그런 각론적 층위의 이야기들로 설득될 만한 피라미 정린이 레벨은 애저녁에 넘어간 사람이다.


...


그럼에도 난 러시아를 편들고자 하는 이들을 무작정 악마화하기도 어렵다.


삶 속에서 상처받고 갈가리 찢겨 나간 마음을 부여잡고서 서방의 몰락을 위해, 가증스러운 페미 피씨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위선적인 리버럴들에게 한방 먹이고 싶어서, 각종 이유로 러시아 쪽으로 그 어두운 마음이 향하게 된 형제자매들이 많다. 그리고 그 찢기고 상처받은 마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내가 가야 할 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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