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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y 07. 2022

지긋지긋한 위악들이여

위선이 나쁘다고 위악이 착한(?)건 아니다.


과거 내가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싸지르고 다녔던 뻘글들을 열심히 삭제하며 다니는 중이다. 후한을 제거하기 위해ㅋ


그렇게 '후한의 씨앗'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본의 아니게 과의 나의 행보들을 쭈우욱 둘러보며 성찰하고 있는데, 정말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부정선거론을 강변했던 적도 있었다. 음모론들을 진지하게 주장하곤 했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위악으로 점철돼 있었다는 거.


"이 세상은 다 썩어 빠졌어! 이따위 세상 다 망해버려야만 해!"

"빌어먹을 선(善)이 패배하고 악(惡)이 승리했으면 좋겠어"

"나치와 같은 절대악이 승리하고, 무고한 이들을 마구 고문하고 죽이는 꿈도 희망도 없는 지옥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정의, 선, 올바름, 아름다움, 이상 이따위 건 다 거짓말이고 쓸모없는 위선일 뿐이니까!"

"모든 이들이 다 갈가리 찢겨 고통스럽게 죽어버리고,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 멸망한 행성이 되었으면 좋겠어. 지구를 저주하고 세상을 저주해!"


...


... 위악 심리의 근원은 정의, 선, 올바름 등등의 가치가 죄다 허구이고 가증스러운 위선일 뿐이라는 정서이다.


이런 '박세환들'의 주장처럼, '그런' 시도들은 지난 문명사 오천 년간 꾸준히 실패해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끗만 돌려보면 지난 오천 년간 '그런' 시도들이 꾸준히 존재해 왔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위악자들'은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정의, 선, 이상을 도입해보려 했던 그 무수히 많은 시도들을 너무나 쉽게 비웃어 버린다. 배고프면 그저 죽고 죽일 뿐인 짐승으로부터 '인간'을 구분 지으려 했던, 수천 년간 진행되어 온 그 모든 시도들에 대해 너무나 손쉽게 실패 선언을 내려 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저주받고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그저 무력하게 수용할 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 어떠한 시도도 해선 안되는데 만약 누군가 이를 극복하자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아마 그는 위선자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악자들의 정서. 그런데



처참하고 열악한 처지의 여공들의 삶에 공감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행위는 위선이었나?

별 볼일 없는 평민 노동자들에게도 투표권을 허락해 달라 싸워왔던 행위는 위선이었나?

비록 별 볼일 없는 앰생 히키코모리라 할지라도 인터넷 공간에서나마 왕과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떠들 수 있는 현실은 허구인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도 삶을 보장해 달라 외쳐왔던 그 모든 목소리들은 위선이었나?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삶 사이를 거닐며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다가 모든 이들의 죄악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매달린 어느 성자의 삶은 위선이었나?


우리가 처한 모든 고통의 장벽들을 조금이라도 허물어보려 무던히도 애써왔던 그 모든 피와 눈물, 땀방울들이 전부 위선이고 허구였나?


내 삶 속에서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나 쉽게 '허구'와 '위선'을 선언해 버리는 그러한 삶의 태도에는 정녕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말 할 수 있나?


+위선뿐 아니라 이젠 넘치는 위악들에도 서서히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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