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Jul 30. 2022

그럼에도 난 역시 '숭배'가 싫다.

마음에 색(色)이 씌워지면 삼라만상이 틀어져 보인다.


누군가 내게 디오게네스 같다고 말했다. 참 멋진 비유이다. 


디오게네스. 어떤 것도 숭배하지 않았던, 그래서 종국에 문명 그 자체를 거부하고 거지꼴로 개집에 처박혀 짐승처럼 살아갔던 고대 그리스의 괴짜 철학자이다. 남들이 보던 말던 아무데서나 먹고 싸고 자위까지 했다. 돈과 권력에 관심 없답시고 그 알렉산더 대왕까지 찬밥 취급하며 무시했던 사람이다. 어찌 보면 조커스럽기도 한데, 여하튼 그는 참 대단한 광대였다. '대단한' 따위의 수식어를 반길 인간도 아니지만...


(동양에도 '정답 없음' '상대주의'를 극한으로 추구했던 불가 도가 쪽 대가 중엔 디오게네스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긴 했다. 이를테면 '깨달음'이후 원효대사가 보였던 파계승적인 행보엔 디오게네스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


몇 번 언급했듯, 페미 피씨가 싫다면서 전근대적 권위주의나 러시아 푸틴을 새롭게 숭배하게 된 대안우파들이 날 화나게 만든 건, 또 다른 숭배의 대상을 찾고야 말았을 때 그들의 눈망울이 페미 피씨를 숭배하는 이들과 정확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건 전근대적 권위 전체주의이건 정치적 올바름이건 러시아 푸틴이건, 숭배의 대상을 정한 이들이 보이는 그 초롱초롱하고 밝고 명랑한 눈망울이 너무 혐오스럽다. 착각 속에 빠진 어리석음.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착각하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었다던 그 나약함! 모순이 없는 완벽한 대상을 찾았답시고 그들은 그렇게 편을 정하고 진영을 만들어, 그들이 비난했던 이들과 방향만 달라졌을 뿐인 정확히 같은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우상으로써 모든 황금송아지들은 절대 수학적으로 완벽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 '숭배'를 확정 지은 이들은 틀린 것도 맞다 하며 어떤 식으로 건 악착같이, 바락바락 우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논리적 불완전성을 집어내는 이들을 공격하며 핍박하려 들 수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빼액질을 해대다 광신도가 되는 것이다.


"XX는 완벽해! 틀리지 않았어! XX를 까는 자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렇게, 마음에 색(色)이 끼면 필연적으로 상(狀)이 왜곡되어 보인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틀어져 있다고 울부짖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은 억겁의 시간 동안 그대로 있을 뿐이고 오직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삐뚤어져 있는 것이다.


...


다시 말 하지만 모든 이들은 그 어떤 정답도 존재할 수 없는 극한의 염세에 머물러야만 한다. 


어떤 대상도 숭배하지 않고, 그저 제3자의 위치에서 무덤덤하게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불교용어로 "바라보다."라고 하는데 이들은 모든 것을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보기만 하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죽음조차도..! 그것이 바로 그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평가하지 않는 궁극의 경지이다.) 그 속에서 죽을 것만 같은 고독을 느끼며 끝없이 고통받아야만 한다.   


극한의 무(無). 그렇게 사람은 그 견딜 수 없는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죽거나, 정신적으로 죽거나.


(페친 상민님 曰 : "우상을 벗고 궁극의 경지에 이르려면 한번 죽음까지 닿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아무것도 의존하지 않은 채 스스로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여야만 한다. 깨달음을 얻어 신선이 되고 부처가 되는 것이다. 지저분한 물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고통스러운 염세와 고독 속에서 해탈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종국에 모든 인간이 예수 부처가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된다.


70억 인류가 전부 예수 부처이면 이 세상엔 더 이상 그 어떤 미움도 증오도 분쟁도 반목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궁극의 이상 사회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민들의 생계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