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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1. 2019

복종하는 즐거움

군체 의식이 당신에게 선사하는 기쁨

오늘날 정치 사회를 논하는 장에 있어 "신좌파 포스트모던의 약세"는 더 이상 새로운 테마가 아니다. 

이 현상을 두고 다양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데, 그중엔 다음과 같은 주장도 있다. 


"애초부터 대중들이 더 많은 (관념적) 자유를 원한다고 가정했던 것부터 잘못이었다. 관념적 자유와 정신적 다양함은 많은 경우 대중들에게 기쁨보단 견딜 수 없는 혼란과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정말로 포스트모던이 '진정한 자유'를 추구했기 때문에 오늘날 세력의 타격을 입게 된 것인지, 그리고 정말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정한 자유'를 싫어했던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일단 늬들부터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지도 않았잖아? PC가 자유냐?) 사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다. 

지독한 나락에 빠져 각종 정서적 혼란으로 고통받던 이가 어떤 전근대적이고 절대적인 가르침(ex: 종교적 원리주의, 사이비 종교, 극단적이고 비 타협적인 정치 이데올로기, etc) 속으로 회귀하여 정신적인 안정을 얻게 되는 경우 말이다.


예전 남초 커뮤니티에서 놀 적에 자주 언급했던 부분인데, 자유는 필연적으로 책임을 불러온다. 

자유 속에서의 실패는 너의 책임이다. 왜냐면 실패는 너의 '자유선택'의 결과이며, 너는 이러한 결과를 피할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는 설령 물리 물질적이고 실질적인 손실을 불러오지 않는다 해도, 끝없이 지속되는 정신적 긴장을 가져오게 된다. 자유민은 노예와 달리 자기 자신을 챙길 줄 알아야만 하여, 당연히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 된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선과 악 이분법의 절대 구도 속에 자신을 기꺼이 헌납하고 모든 정신적 자유를 포기함으로써 일개 저글링 or 감염된 테란이 되어버릴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신은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때에 따라 죽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당신을' 원망한다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그저 하찮은 꼭두각시 인형에 불구하고 모든 결정은 오버 마인드께서 내려주신 것뿐이니까. 

아, 이것이 때로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안락을 선사해 주는지는 겪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마치 마약과 같은, 엄마의 젖을 문 아기와 같은 포근함.  


그저 당신은 아무런 생각도 판단도 없이 그저 적이라 상정된 이들을 찾아다니며 찔러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편안한 삶인가.

그리고 얼마나 무책임한 삶인가!



나는 나치와 같은, 이분법에 의거한 거악의 출현과 이에 의한 폐단을 논함에 있어 자신의 사고판단을 지도부에게 모두 위임해 버린 체 그냥 편안해지는 선택을 내린 무수히 많은 대중들을 그냥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류의 주장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책임은 오직 지도부만?)

물론 2차 대전 때 추축국 국민들은 그 대가를 지불했지.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이분법적 거악에 스스로를 내 맞긴 체, 그렇게 손쉽게 좀비가 되어 무수히 많은 주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작자들이 존재한다. 



그저 자신이 정신적으로 보다 편해지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악마로 매도하는 사조를 무책임하게 수용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까지 끼쳤지만 스스로 사고하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 불려야 하는가? 스스로의 의지로 좀비 되기를 택한 경우에도 말이다!


삶의 본질은 고(苦)라고 했던가. 원래 삶이란 죽기 전까지 답을 알 수 없는 무수한 관념적 혼돈과 이로 인한 끝없는 고뇌로 점철돼있기 마련이다. 애매한 범죄행각 앞에서 유무죄를 고뇌하는 판사처럼 말이다. 

만일 판사가 머리 아픈 거 귀찮다고 다짜고짜 "애라 모르겠다. 너 유죄! 너 사형!"을 외쳐버렸다면 어찌 그 죄를 작다고 말할 것인가.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지적 방임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악에 맞서 인류를 구하는 멋쟁이 투사로 생각할는지 몰겠으나 남들이 보기에 그 모습은, 징그러운 촉수를 흐물거리며 일그러진 목소리로 "오버마인드를 위하여~"를 끝없이 중얼거리는 감염된 테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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