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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03. 2022

성공과 SM

성적 취향과 삶


사람의 성적 지향이 정치성향, 더 나아가 생활환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원래는 굉장히 회의적인 명제였다.

물론 본인의 경우 보추 빠니까 LGBT 안 까긴 하는데 이런 건 너무 직접적이라 뻔하게 여겨지는 거고 좀 더 고차원적인, 이를테면...


...


남페미들은 실제로 소위 말하는 '여왕님' 스타일의 여성을 선호하며 그 '여왕님'께 지배받고 싶다는 SM 욕망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웃었었다. 거 참 고약한 조롱이라고 말이지. 근데 생각해 보니 정말 내 아는 이 중에서도 그런 취향을 가진 남페미가 있었거든. 이게 그냥 빈 말로 넘겨 들을 이야기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지. ("헠헠 저는 더러운 한남입니다. 여왕님. 부디 그 신성한 채찍으로 저를 길들여주세요^^") 


더 나아가, 성공하는 남성들은 어느 정도 SM 마조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역시도 처음에는 웃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성공하려면 하루 12시간씩 학업이나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들 알겠지만 하루에 12시간 이상 학업과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게임도 그렇게는 며칠 못 간다. 힘들어서.). 엄청 고통스럽다고. 그런데 소위 성공했다 하는 이들은 남들이 다 고통스러워 포기한 그 과정을 완료했다는 거고 이는 어느 정도 고통에서 희열을 느끼는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실제로 성공한 사람과 SM 성적 지향에 관한 진지한 연구가 있었고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입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수년 전 기사로 읽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여하튼 그래서, 지금 필자는 '성공의 여부는 SM지향에 달려있으며 본인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SM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명제를 제법 진지하게 믿는 편이다. 필자도 나름 '변태'라 할 만한 성적 지향들을 두루 섭렵(?) 해 왔으나 무척 불행하게도 SM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성공할 수 없다."라는 운명적 한계를 진지하게 받아드리는 중이다.


물론, 모든 인간에겐 모든 성적 지향이 탑재되어있으나(LGBT 역시도) 다만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꽤 신뢰할 만한 이론에 따르면 필자에게도 소정의 SM 기질은 있을 수 있겠으나 애석하게도 그게 삶의 변화로까지 노출될 만큼 유의미한 양이 아니었던 거지..


...



때리는 거라면 몰라도, 사람이 왜 맞고 짓밟히며 희열을 느끼는 성적 지향을 가지게 되었을까? 자연선택에서 불리하지 않나?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사실 이건 바로 그 '자연선택' 관점에서 손쉽게 납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인류 역사 오천 년 동안, 타인을 채찍으로 때릴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많지 않았고 오히려 대부분의 이들은 '맞고 짓밟히며' 살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그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면 이왕에 그 삶을 즐기는 이들이 생존에는 더욱 유리했을 거고 말이다. 주인님이 때리시는 데로 잘 맞아 주면서 하루 반나절씩 하기 싫은 것들을 시키는 데로 꾸역꾸역 잘 수행했던 노오예가 주인의 사랑도 더 많이 받았을 거 아닌가?


그렇게 처 맞고 짓밟히면서 형성된 '성적 지향'이, 오늘날엔 오히려 남을 채찍으로 때릴 수 있는 지위에 오르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었다는 이야기.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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