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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07. 2022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자유주의

종속된 개념인가? 무관한 개념인가? 대립적 개념인가?


전에도 한 말이지만, 마르크스가 살던 시절만 해도 '자유'라는 개념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렇게 여러 장르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구분 개념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다고ㅇㅇ


때문에 당시의 극단적 빈부격차와 노동층 빈곤 문제의 원인을 경제적 자유와 이로 인한 대자본의 폐단으로 보아 경제적 자유에 극히 부정적이었던 공산주의자들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문화적 자유까지 한 묶음으로 다 때려 부수는 목적지(너 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0C 식 공산당 계급독재 체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다시 말 하지만, 그때는 자유주의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분화되어있지 않았어염.


물론 자유주의가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등으로 세분화된 오늘엔 딱히 답습하지 않아도 되는 과거이기도 하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자유'라는 개념에 대해 200년 전 공산/사회주의자보다 더 디테일한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독점 대자본의 폐단을 막기 위해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또 한편으로 "우리는 이제 경제적 자유를 옭아맬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LGBT를 억압하고 다원주의적 의사표출도 탄압하는 식으로 문화적, 정치적 자유주의도 같이 억압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자유주의에 있어 경제적 자유라는 파트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이들(ex : 자유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부르주아들의 잔치 정도로 여기며 전면 부정하고자 하는 일부 극좌 내지 오직 경제적 자유 하나가 지극히 사랑스러운 우파 리버테리언)은 현대 자유주의의 출발 자체가 부르주아들의 경제적 자유 보장으로부터 였음을 무척 강조하며 경제적 자유가 없이는 정치적, 문화적 자유도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정치적 문화적 자유주의가 경제적 자유주의 이후에 나온 일종의 파생물이었다는 역사적 맥락은 말 그대로 '경험적' 사실일 뿐 이 개념들이 서로 종속되어있음을 입증해 줄 만한 '논리적' 근거는 될 수 없다.


간단하게 이런 거지. 제트엔진을 처음으로 상용화 한 건 나치가 맞지만 그러한 경험적 사실이 그 제트엔진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나라가 나치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어떤 논리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제트엔진 상용화 기술을 만들어낸 게 나치들이었다 해도 우리는 나치즘과 상관없이 그들의 좋은 결과물(제트 기술)만 선택하면 되는 거니까. 나치와 제트 기술 사이엔 오직 경험적 연결만이 있을 뿐 논리적 종속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서구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주적 사회주의'가 상당 부분 이러한 인식 하에 존재하고 있다. 간단하게, 거대 독점자본의 폐단을 막기 위해 경제적 자유주의는 상당히 침해하겠지만 문화적, 정치적 자유주의는 최대한 보장해 주자는 거다.



현실 자유민주체제에서, 어떤 특정한 자유가 전체 공리에 너무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사회적 합의에 의해 그 자유는 적절하게 억압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에게 살인이나 강간을 할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 폐단과 해악이 너무 엄청나다고 판단되면 대자본의 자유는 어느 정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논리적 종속 여부없이 그냥 별개의 개념이라 말하는 수준을 넘어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이를테면 오늘날 서구에선 경제적 자유의 극단으로써 자유시장과 정치적 자유의 보장하에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를 상호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주로 자유시장을 극단으로 추구하는 우파 리버테리언들이 이 관점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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