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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0. 2022

"이 정도는 되어야 좌파지!"

좌파의 강도와 인식


전에도 했었던 이야기이다.


"원래는 7~8 정도 좌파 해야 간신히 좌파 소리 들었었는데 지금은 2~3만 좌파 해도 좌파라는 소리는 듣네 엌ㅋㅋㅋㅋ"

"좌파도가 2~3 찍었으면 원래는 우파였는데 왜 한국에선 그걸 좌파라 부르냐? ㅆㅂ"


응. 원래 언어의 의미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거야.


경제에서 좌파가 주도권을 쥔 상태이면 '진짜 좌파'로 분류되기 위한 기준은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이를테면, 5~6 정도 '좌파' 하는 걸로는 좌파로 취급받지 못한다. 8 정도는 좌파 해야 간신히 좌파소리 듣는다. 5~6이면 우파 취급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경제에서 우파가 주도권을 쥔 상태이면 1~2만 좌회전하려 해도 벌서부터 좌파 빨갱이 소리가 붙기 시작한다. 단 1도 복지 안 하고 정글 약육강식에 약자들은 다 죽어버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정상적인 중도'가 되며, 길 가는 노숙자에게 찜질방이라도 들어가라고 오천 원이라도 건넸다면 '좌파'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본인이 본래 좌파가 무엇이었는지를 모를까? 생산수단 공유와 사적 소유 철폐의 개념을 모르는 게 아니라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냉정하게 바라보라는 거예요. 좌파는 경제담론 시장에서 패배했어요. 우리는 패배했고요, 패배를 냉정하게 인정하라는 거예요. 


지나간 어제를 잊어버리고 우리가 머물고 있는 오늘을 냉철하게 직시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획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3년 전부터 주장했던 거야! 나는 정시 사회 용어를 (아무도 취급 안 해주는, 상아탑에서나 사용하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하지 않으며, 망가지고 찌그러진 배운 게 없는 대중들이 대충 사용하는 의미로 쓸 거니까 여기에 '본래 사전적 의미' 운운하며 태클 걸지 마시라고ㅇㅇ


근데 많은 좌파들은 지나간 어제를 잊지 못해서 오늘을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하며 그래서 승리의 내일을 기획하지도 못하고 있지. 이명박근혜가 9년을 휩쓸고 간 한국의 오늘 실정엔 맞지도 않는, "7~8은 좌파 해야 좌파 경제 아니냐?"라는 주장을 아직도 하고 있으니까! 응 아냐, 이명박근혜 9년 이후의 한국에선 1만 좌향좌해도 좌파 빨갱이야. 현실을 받아들여.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금지? 이거 주장하면 극좌도 아니고 이젠 그냥 정신병자로 취급됩니다. 그게 오늘의 현실이라고요. 나도 그게 싫은데, 애석하게도 그게 현실이에요.


자신이 무슨 사상을 가지건 자유이고 좋은데, 그런 사상을 가진 이들이 보편적으로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지 냉정하게 인정하고 바라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진 말자는 겁니다.



+버니 샌더스 조차도 미제와 자본에 타협한 개량/수정주의자 반동이라 여겨질 정도면 그가 현실 정치에서 발 담글 수 있는 영역은 아예 없다고 보아야 한다. 아마 침수되기 직전인(어쩌면 이미 침수된..) 골방 좌파 학술연구회의 (한때 청년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아닌) 동지들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전부일 텐데 그 정도 급 되시는 분들이면 솔직히 나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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