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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6. 2022

귀족 출신 민주진보 엘리트들의 꽃밭 환상

실재의 사막에 머물기


모 '좌파' 페친이 있었다. 이 사람은 한때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했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정신 장애인들의 기괴한 행태들에 대한 불만 글들을 올리곤 했다. 약자를 보듬어야 하는 좌파로써의 신념과 아무렇게나 싸질러진 X들을 보며 느껴지는 현실의 장벽 속에서 그는 어느 쪽으로 건 선택을 내릴 것이며, 그 경험에 의한 선택에 대해 누구도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을 것이다.


...


누차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민주진보 문화권력 하에서 표현되고 연기되는 세상과, 무대 아래서 실제 하는 세상의 모습은 다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실제 하는 세상을 직접 살아가는 이들은 민주진보가 부르짖는 '약자 그룹'의 사람들이 매스컴 속에서 접하는 만큼 예쁘고 아름답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평생 손발에 더러운 흙을 묻힐 일 없이 살아온 귀족 자제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세상이란  아침드라마 내지 마법을 쓰는 귀족 전사 판타지물에서 접했던 그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들은 민주진보 문화권력 하에서 만들어지는 무수한 스토리텔링(영화, 문학, 소설, 뉴스, etc...)들 만을 접하고 특정 '약자 집단'에 대한, 더 나아가 '세상 그 자체'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진 체 사회 속으로 진입하곤 한다. 


귀족으로써 배경을 가진 탓에 이들은 무언가 영향력을 가진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직접이 아닌, 매스컴을 통해 접한" 그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영향력을 행세하게 된다. 결국 집단 전체가 피해를 보고 그 고통은 구성원 전부에게 돌아간다. 무언가 막연하게 '아름다움'을 실천해 보려 한 결과 모두에게 더 '추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뭐? 내전으로 황폐화된 '무슬림들'을 돕고 싶다고? 그네들이 "여자가 히잡 안 쓰고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여자 머리채 잡아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우르르 둘러싸 쥐어 패는 모습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가능'하다면 그건 진짜 신념인 거고.)   


...



'고든 램지의 신장개업(헬스 키친)'이란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저명한 요리사인 고든 램지가 망해가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사장들을 '재교육'시켜 식당을 살려놓는다는 테마로 진행되는데 지구 반대편의 한국에서까지 깨나 인기가 있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모티브가 되었다.


단순히 요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렇게 인기가 있을 수 없다. 솔직히 이 프로그램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물정'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볼 수 있다. 


간단하게, 문제에 봉착한 많은 사장들은 보면 귀족 출신들이 많았다. 이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어떤 막연한, 뉴레프트 민주진보스러운 꿈과 환상에 젖어 식당을 개업하게 된 것이다.("나의 아름다운 요리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보고 싶어 아아~~") 그 결과는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원래 세상이란 처 맞고 군홧발에 대가리 짓밟혀 보면서 밑바닥에서부터 배워 나가야 마땅한 곳이지만 이들은 귀족 배경 때문에 그런 고난을 겪을 필요 없이(혹은 있었어도 정신을 차리기엔 너무 짧았던..) 다이렉트로 사장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그게 문제였던 거지. 


그렇게 그들의 '첫 매운맛'이 고든 램지의 구수한(?) 혓바닥으로부터 시작된다. "야이 븅X 껄텅새꺄! BㅓRㅓG주제에 꼴값 떨고 앉아있네!"


시청자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귀족의 그 한심한 민주진보 뉴레프트적 낭만과 환상을 깨 부수는 램지의 그 밑바닥 입담들에 환호하는 것이고.



+근데 충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자살한 사장도 있었다. 솔직히 시청률 때문인지 너무 자극적이고 과도했던 측면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여하튼 "실제 세상을 접해 봐야 한다."는 건 귀족 출신 낭만 환상 신좌파 민주진보 활동가들에게 정말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징병제 군대의 몇 안 되는 장점이라 여기는 부분이 이 대목인데, 철없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매운맛을 선사해 주는 게 보통 군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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