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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19. 2022

나치는 왜 나쁜가?

이걸 꼭 설명씩이나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치는 나쁘다!"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 너무나 자명한 명제 같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대안우파현상이 창궐하면서 이 중에서 심하게 흑화 된 이들은 나치까지 긍정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으며, 반면 근래 이들을 향한 필자의 심경이 무척 아주 많이 나빠졌기 때문에, 오늘도 샌드백으로 삼을 대상이 필요해서 이들을 찰지게 패 보려고 한다.


보통 나치 처 빠는 것들은 나치가 도덕적 실책은 '좀' 있었을는지 몰라도 능력은 출중하지 않았느냐 반문하는데.. 응 아냐.


...


전술한 바 있지만 필자도 한때 나치빠였고(민주진보 리버럴 이런 게 너무 싫어서..) 그런 필자에게 가장 궁금했던 역사적 테마는 "이렇게 우월한 나치가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가?"였지. 그리고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깨달은 바는, 결국 그들의 몰락 중 어느 것 하나 그들 자신으로부터 나오지 않은 게 없었다는 거였다.


많이들 말하는 게, 미쿸과 쏘오련을 한꺼번에 적으로 삼은 시점에서 나치의 물량 열세는 이미 극복할 수 없는 테마였다고 들 하는데 사실 여기에도 어패가 좀 있다. 


이를테면, 대전 기간 동안 쏘오련이 뽑아낸 T-34가 7만 대 즘이고 미쿸이 찍어낸 셔먼이 6만 대 정도 된다. 이 둘은 대전 기간 중형전차의 대표 격인 이들이며, 그럼 이들을 상대해야 했던 나치는 얼마의 중형전차를 뽑아낼 수 있었을까? 놀랍게도 3만 대가 전부이다!


순수 중형전차인 3호 전차, 4호 전차에다가(둘 다 스펙으로 셔먼, T-34에 밀린다..) 3호 전차 돌격포 개조형인 스터그에 햇처, 5호 전차 판터까지 다 합쳐도 3만 대가량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쿸과 쏘오련을 둘 다 상대하는 건 벅찼다 해도, 둘 중 하나를 상대하기조차 벅찬 초라한 생산량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셔면이랑 T-34 차체를 이용한 구축전차 변형들, 이를테면 Su-85, Su-100, 울버린, 잭슨 등등을 다 합치면 더욱 절망적인 물량비가 나오게 되겠지.



전통의 공업 강국 독일의 공업 조건이 미쿸이나 쏘오련보다 밀려서? 미쿸의 경우는 둘째 치고서라도 쏘오련보다 밀렸다는 건 여전히 말이 안 되는 측면이 있는 게, 당시 잘 나가던 공업 강국 체코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동유럽 전부가 독일의 나와바리였던 43년 시점에서 어떻게 쏘오련보다 공업력이 밀릴 수가 있지?


스탈린이 제 아무리 공업력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해도 그 시점에선 잘 나가던 서방 공업지역들 전부가 독일의 진격에 의해 초토화가 되었는데 모스크바와 우랄산맥 사이의 한 줌 남은 공장들만 간신히 돌리고 있던 쏘오련보다 전 유럽을 석권한 나치 독일의 공업 역량이 더 밀린다? 그냥 변명이죠?


그럼 혹시 민중들의 삶을 너무나 사랑했던 나치가 민중생활에 국력을 너무 많이 투자하는 통에 무기 생산량에서 밀린 거 아닐까? 


대전 기간 일본과 독일을 양 전선에서 상대했던 미국이 GDP에서 국방비로 사용했던 비율은 최대 39%까지 올라간다. 그 39%를 통해 태평양 전선에선 항공모함이 일주일마다 한 대씩 뽑혀 나왔고 유럽전선에는 6만 대의 셔먼을 쏟아부울 수 있었는데 그러고도 남아도는 것들이 너무 많아 전 연합국들한테 무기를 부지기수로 뿌리고 살았다.


그럼 나치 독일은? 나치는 최대 전 GDP의 95%를 국방비로 투자했다고 한다.(일제 99%) 그런데도 전체 생산량에서 턱없이 밀렸지. 쏘오련의 경우 독소전 당시 GDP와 국방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가 없고 오직 추정치뿐이긴 한데, 그럼에도 독일이 쏘오련보다 30% 이상의 비용을 더 지출했던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그 쏘오련 보다도 무기 생산을 못했지? 이건 그냥 능력이 후달리는거고 체제의 한계인 거죠. 넵, 나치는 그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오늘날까지도 극우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사회주의 체제보다도 더 열등한 체제였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히틀러의 친구이자 독일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 박사의 생산 개혁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니까 패스~


...



쏘오련 정벌이 정말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위업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요소들은 이 밖에도 많다. 


우크라이나 애들이 러시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다들 알지? 지금도 문제가 되는 이야기인데, 우크라 사람들은 대전 당시에도 러시아를 너무 싫어했기 때문에 처음 독일군이 진격해 들어왔을 때 그들을 해방군으로 열렬히 환영하려 그랬다.(심지어 우크라인들은 나치 못잖게 유대인을 혐오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위대한 아리안 레벤스라움을 건설하려 들어온 나치군 입장에서 우크라인들은 러시아와 다를 바 없는 열등 슬라브 노오예들일 뿐 이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그냥 슈레기로 취급해 버렸지. 


약간만 잘 구슬려 주었다면 독소전쟁 기간 내내 막강한 아군으로 활용되었을 우크라이나를 그냥 쓰레기로 취급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기대전력을 깎아먹은 셈이고 이는 독소전의 가장 처절한 전투가 거의 대부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정말 뼈아픈 실책일 수밖에 없다.(ex : 쿠르스크 대전차전)


하지만 이건 전략미스 이전에 나치의 태생적 한계일 수밖에 없는 게, 나치라는 게 극단적 민족주의잖아? 나치의 사상은 분명 '슬라브인은 쓰레기'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겠지. 나치의 사상에 의해 분명 '쓰레기'로 규정된 열등민족을 우대해 준다면 그건 교리 위반이 되는 셈이고 엄청난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써 나치가 아니라 하더라도 민족주의는 결국 "우리 민족 짱짱맨"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에 불구하기에, 이민족에 대한 하대와 배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역사에 나오는 거대 제국들은 세계시민주의를 견지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설령 중심이 되는 특정 민족 우월주의에 입각해 세력을 키운 제국이 있다 해도 이들은 모두 몇 세대가 채 되지 않아 붕괴해 버렸다. 필자가 민족주의를 그켬하는 이유ㅇㅇ


...



그래, 다른 민족 처우는 개판 쳤다고 하자. 자민족 자국민에겐 잘했나? 


대전 말기. 멘탈이 나간 나치 수뇌부는 전선에서 조금이라도 헛소리(ex : "항복해야 한다.")를 하거나 태만을 보이는 군인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결 처분할 것을 명령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목숨이 아쉬울 때 수 년동안 전장에서 굴러온 무수한 베테랑 군인들이 허망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데..


느그 같으면, 지난 7년 동안 아프리카의 뙤약볕에서, 이탈리아의 산악에서, 우크라이나의 진흙탕과 러시아의 설원을 누비며 "하일 히틀러!" 주문 하나로 수도 없는 죽을고비를 악착같이 버텨온 베테랑 전우가 다 같이 죽어가는 몰락의 끝자락에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하루아침에 기지 정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썩어들어가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 거 같냐?


아, 물론 스탈린도 그런 비슷한 짓거리를 하긴 했지. 그래서 스탈린도 쓰레기인 거고. 원래 히틀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성 막장 사이코패스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에는 차이가 있는데..


선임이 후임을 후임을 교육시키고, 그 선임이 사라지면 후임이 선임이 되어 새로운 후임을 받아 이를 관리 교육한다. 이게 군대가 돌아가는 방식이잖아? 근데 독소전 초기 쏘오련군은 이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게 된다. 


개전 초기 스탈린이 독일군 막으려고 접경에 배치했던 군대가 400만이었는데, 독일군이 개전 후 석 달 동안 잡아드린 쏘오련 포로가 400만이야. 이게 무슨 의미? 쏘오련의 정규군 체계 그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었다는 거지ㅋ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쏘오련과 스탈린의 실책이었다.


이 상황에서 스탈린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농사짓던 농부 건 썰매 타던 사냥꾼이건 뭐건 두 팔 두 다리 멀쩡한 남자라면 마구 잡아와 전장에 풀어놓게 되었는데(때문에 전 쏘오련에서 가임기의 남성이 텅텅 비게 된다..) 당연히 이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 같은 게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고 무기 하나도 제대로 주어주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이들을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쑤셔 넣고 돌격을 명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당연히 앞이 아니라 뒤로 돌진한다. 다 도망간다고ㅇㅇ


때문에 마구잡이 즉결처형을 통한 군기 유지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던 거고. 물론 그래도 도덕적으로 용납은 안 되겠지만..  


근데 대전 말기 독일군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갑자기 끌려온 국민방위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7년 동안 사막에서 설원까지 이어지는 그 지옥의 여정을 감내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전선의 베테랑 of 베테랑 of 베테랑들이자 나치와 히틀러를 향한 신념 하나로 버텨온 역전의 용사 악귀들이었다. 이들이, 전력 한 사람 한 사람이 피같이 아쉬울 그 시점에서 그저 멘탈나간 나치 수뇌부의 병맛 같은 명령 하나로 적군이 아닌 아군의 손에 부지기수로 삶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그러니까 전쟁 이후 어떤 독일인들도 나치의 몰락을 동정하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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