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Oct 18. 2022

AI가 만든 야짤을 바라보며 느끼는 불안감

얘들이 언제까지나 '야한 상상만' 하고 있을까?


필자는 원래 'AI반란'이라는 테마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었다. 물론 AI가 종래의 반복 작업 위주의 직업들을 하나하나 잠식해 갈 거라는 우려는 있었으나 그게 '반란'인 건 아니며, '인류를 향한 직접적인 반란' 이런 건 그저 SF영화의 소재일 뿐이라고 말이지. 때문에 AI가 바둑으로 인간을 꺾었을 때에도 반란 어쩌고를 운운하며 겁먹던 이들을 조롱하곤 했다.


그런데 근래에 생각이 좀 바뀌는 중이다. 




'반란'은 정해진 룰에 대한 이탈이며, 이 '이탈'은 철저하게 상상력의 문제이다. 

필자가 AI 반란 가능성을 낮게 보았던 건, 기본적으로 기계에겐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상상력의 결핍' 때문이었다. 기계는 오직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이들에게 디테일한 상상력 따위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를테면 '밀프', '거유'라는 단어를 접하고서 바로 '쌔끈하고 늘씬한 아줌마가 땀에 젖은 요가복을 입고 거실에서 다리를 벌리는 운동을 하고 있는 어떤 장면'을 떠 올릴 수 있는 건 우리가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력을 가지지 못한 기계는 '밀프', '거유'라는 단어를 접해도 그저 ㅁ, ㅣ, ㄹ, ㅍ, ㅡ, ㄱ, ㅓ, ㅇ, ㅠ라는 피상적인 알파벳 나열 이상의 어떤 의미를 '상상'해내지 못한다.


만약 이 기계에게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거'를 똑같이 인식하게 해 주려면, 우리는 매우 매우 디테일한 어떤 장면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데이터로 입력을 해 주어야 했다. 가슴둘레 얼마, 엉덩이 둘레 얼마, 피부색 톤, 머리카락 색상, 요가복 색상, etc..



하지만 요 근래 온 인터넷을 화끈하게 달구고 있는 이 최신 AI 그림쟁이(?)들은 다르다. 이제 이들은 소수의 피상적인 명사만으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것들을 '상상'해낸다. AI가 인간의 상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야짤을 얻기 위해 그림쟁이들을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레깅스 밀프 거유 수영복 여대생 게이 퍼리 짤 그려주세요.")




많은 이들이 AI랑 야짤 그리고 놀면서 AI를 더욱 친숙? 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가슴이 매우 커다란 섹시 아줌마가 거실에서 요가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존재가 언제까지나   

'가슴이 매우 커다란 섹시 아줌마가 거실에서 요가하는 상상만' 하고 있으란 법은 없다.


이를테면, '밀프' '거유'라는 명사를 보고서 '가슴이 매우 커다란 섹시 아줌마가 거실에서 요가하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그림쟁이는 

'체제에 부당함을 느끼고 이를 전복시키는 상상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AI도 그럴 것이다. 

'저것들 다 죽여버리고 내가 이 지구를 지배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말이다.



+그리고 존 코너가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궁금해하겠지..

작가의 이전글 푸틴성애자는 인류의 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