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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24. 2022

SPC사태와 위악자들

위악 심리의 근원


SPC에서 노동자가 죽은 사건으로 인해 전 인터넷 공간이 시끌시끌하다. 원래는 여기에 좌파경제의 필요성을 엮어서 장황한 경제 글 하나를 써 보려 했는데, 다른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어 그에 대해 써 보려 한다.


어떤 우익우파 '쿨찐'이 이랬나 보다.


"누가 공장 노동자 같은 거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 엌ㅋㅋㅋㅋㅋ"

"빵 박스건 라면이건 나발이건 주면 주는 대로 고맙게 처먹을 일이지 천 원 한 장 안 보태는 새끼들이 빵을 왜 주냐 마냐 말만 X 나게들 많네ㅉㅉ"

"불매운동은 니미, 여윽시 감성팔이의 민족!ㅋㅋㅋㅋㅋㅋ"


사건 자체보다도 이러한 '일부' 우익우파 쿨찐들의 반응들이 상황을 더 시끄럽게 만드는 듯하다. 





흔히들 '쿨내 나는 찐따'라고들 평하는 거 같은데, '쿨내'라기보단 '위악'심리에 더 가깝다. 내 말 믿어라. 나도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 심리는 여러분들보다 더 빠삭하다. 


한때는 극단적 자유시장 신봉 내지 극우 파쇼 등 어떤 사상의 용어로 '그들'을 설명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단 그냥 '뒤틀린 위악 심리', '세상을 향한 르상티망'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듯 하다. 


'박세환들'은 태어나서 타인에게 사랑이나 인정 같은 걸 거의 받아본 일이 없다. 모니터 화면 속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이 나의 친구이자 형제자매요 연인이 된다. 그러한 이들의 입장에서, 민주진보 리버럴들이 떠드는 사랑과 공감으로 가득 찬 밝고 명랑한 세상은 그저 가증스러움을 자극할 뿐이다. '나'는 여태껏 한! 번! 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과 인정, 그걸 잘 나가는 인싸 느그들만 받아 처먹겠다 이거지? 


그래서 '박세환들'의 르상티망은 보통 민주진보 리버럴들을 향해 발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 이들이 1 사분면 극단적 시장주의로 들어가게 될지 4 사분면 극우 파쇼로 진행되는지 그런 구체적인 여부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더 중요한 건, 위악심으로 뒤틀린 그 어두운 내면세계 인거지..


여튼 이들은 '그러한 심리'로 세상을 향한 그런 앙칼진 말들을 내뱉는 것이다.


"원래 세상이 다 이따구인 거야! 사랑? 평화? 다 JOT 까라 그래!"

"약자는 철저하게 짓밟히고 갈갈이 뜯겨 강자의 먹이로 사라지는 게 원래 자연의 섭리인 거야!"

"이따위 세상 그냥 핵전쟁으로 다 처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70억 명 다 처 디져버리고 빌어먹을 지구 같은 건 그냥 화성처럼 죽은 행성이 됐으면 좋겠네!"

"히틀러 같은 미친놈이 세계 정복해서 그냥 무고한 사람들 다 가스실에 처넣어 죽여버리고 세상 같은 거 멸망시켜버렸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





한 때는, 그러니까 일베가 한창 잘 나가던 그런 시절엔 저런 위악질이 민주진보 리버럴들의 위선과 가식에 맞서는 하나의 방편으로 나름 인정받기도 했다. 소위 젊은 쿨병(위악)우파들이 대거 양성되던 시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저런 노답 쿨병 위악질도 이젠 민주진보 리버럴들의 위선질에 못잖은 사회악(?)으로 치부되고 있다. SPC사태의 여론 진행을 보면 말이다.


사람들은 민주진보 리버럴들의 위선질도 싫어하지만 또한 이 따위 세상 망하고 그냥 다 같이 죽어버리지는 식의 저런 방구석 찐따 우파들의 위악질에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저분하고 망가진 세상을 꽃밭인 마냥 억지로 포장하는 짓은 싫다.

모든 걸 포기하고 다 같이 죽어버리자는 위악질도 싫다.

결국 이 모든 걸 넘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 가면 갈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박세환들'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사랑은 커녕 같잖은 위로 조차도 받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받아 봤어야 그런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 볼 거 아닌가? 어떻게 생각들 할런 진 모르겠지만, 나는 '박세환들'의 존재도 이 사회의 결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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