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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1. 2022

MZ가 왜 없냐?

세대 분류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에 준스톤도 그렇고, 소위 '자유주의'라고 하는 치들 중심으로 "그들을 MZ라는 이름으로 한 덩어리 지우는 건 개별 개체의 특성들을 무시하는 잘못된 처사"라는 류의 주장들이 종종 나오곤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그럼 정치를 논 하면서 뻑하면 나오는 용어인 '민주화세대(파생형 X86)'는 하나의 동일 가치 집단인가? '산업화 세대(파생형 태극기)'는 하나의 동일 가치 집단인가? 정치를 평하면서 민주화나 산업화 세대의 특성을 운운하는 건, 그 세대에 속한 개별 개체들의 특성을 무시하는 폭력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부당한 처사인가??


더 나아가서, 러-우 전쟁을 논하며 '우크라인들은' '러시아인들은' 어쩌고를 논 하는 건 그 집단 내에 속하는 개별 개체들의 특징을 무시하는 폭력적이고 부당한 처사인가? 일제강점기를 논하며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은' 어쩌고를 논 하는 건 개별 개체들의 특성을 무시하는 반 자유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수사임으로 지양해야만 하는가?




정치나 사회학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특정 몇 개의 범주로 구분지어서 논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인 특성을 가짐으로 그 어떠한 범주로도 묶여선 안된다."라고 한다면, 정치나 사회 분야에서 우리가 논 할 수 있는 테마는 하나도 없다. 고로 우리가 정치 사회를 운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특성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하는 워딩들을 사용해야만 한다. 러시아인은, 일본인은, 민주화세대는, 산업화 세대는, 그리고... MZ(포스트 민주화) 세대는...



다른 집단과 구분이 되는 특징이 나타난다면, 그 집단은 별도로 분류되어 묶일 수 있는 거고 이건 전체주의적인 폭압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를테면, 소위 말하는 MZ는 많은 선거나 여론조사에서 그 상위 세대인 민주화나 산업화 세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들을 보이곤 한다. 각종 정치조사에서 50대와 60대 사이에 확연한 구분선이 드러나곤 하며, 이것이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를 나누는 구분선으로 적용되듯, 30대와 40대 사이에 나타나는 구분선은 마땅히 기존의 민주화 담론이 멈추게 되는, 또 하나의 분류 기재로 활용됨이 마땅한 것이다. 개별적으로 누군 찍먹을 고수하고 누군 부먹을 선호하는 이런 각론적이고 부차적인 요소들과 상관없이 말이다.


구분선이 나타나니까 그냥 그걸로 구분해서 보는 것뿐이다.


만약 'MZ세대'라는 구분/묶음 도식이 너무 전체주의적인 폭압이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 우리는 왜 지금까지 '민주화세대' 내지 '산업화 세대'라는 폭압적인 구분 도식을 활용하며 우리의 상위 세대들을 폭력적으로 범주화해 왔는지부터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새롬 다방 정마담이 마누라 다음으로 이쁘다는 김 씨 할아버지와 자고로 여인은 최마담처럼 뚱뚱하고 토실한 게 최고라 생각하는 이 씨 할아버지는 분명히 서로 다른 존재인데 말이다.   


고로 MZ라는 세대 분류가 너무 폭압적인 획일화라며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Dog소리 따위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준스톤이 MZ명칭 거부하라고 지령(?)이라도 내렸나?



+소위 '산업화 세대'라 칭하는 60대 이상도 보면 낼모레 가실 분이라는 90대 유 씨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신 분이다. 올해 61세 되시는, 할아버지인지 중년 인지도 애매한 김 씨는 일제강점기 같은 거 경험해 본 적도 없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을 '같은 산업화 세대'라는 폭압적인 분류법으로 퉁쳐 왔다.

일제강점기라는 엄청난 경험 여부도 이렇게 손쉽게 무시될 수 있는데 고작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는지, 롤을 즐겼는지 여부 따위가 '세대 묶기'를 부정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0대와 10대 사이에 스타크래프트와 롤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있다면

60대와 80대 사이에는 일제강점기 경험 유무라는 거대한 태평양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그들은 손쉽게 '산업화 세대'인 거라면, 당연히 우리는 입 다물고 그냥 한 세대로 퉁쳐져야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X'세대는 그 말과 행동이 너무나 기괴해서 도~저 히 특성을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부여된 명칭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X세대' 들이 명칭 맘에 안 든다고 난리 친 적은 없었지. 개개인의 개성이니 뭐니 권위에 저항 그렇게 중시하면서 아무데서나 마약하고 섹스하고 그 난동(?)을 부렸던 작자들인데도 자기들을 X라는 이름으로 묶는 게 맘에 안 든다 이런 걸로 뭐라 하진 않았다고.

뭐 지금 청년들은 용가리 통뼈야? 즈들 상위 세대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부 특정 명칭으로 분류되어 왔는데 지들은 그런 게 없을 줄 알았어? 대체 뭘 잘했다고 즈들만 특별대우를 해 달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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