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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3. 2022

MZ세대 이야기 추가

'똥팔륙'이랑 '틀딱'도 있는데 MZ가 왜 부당하냐?

우리가 상위 세대를 민주화 세대 내지 산업화 세대라 규정한 적은 없다. 똥팔륙이랑 틀딱이라고 규정했지ㅇㅇ

그리고 그들을 똥팔륙과 틀딱이라고 후려치면서 이에 듣는 똥팔륙과 틀딱이 기분 나쁜지 여부를 애써 물어보는 수고 따위를 감내하려 하지는 않았다.


'MZ'가 종종 비하적 문맥에 활용된다면 그 비하적 문맥이 문제인 거지. MZ라는 워딩 자체에는 아무런 비하적 의미가 없다. 똥팔륙이나 틀딱에 비하면, MZ 정도면 충분히 들어줄 만한 워딩이다. 





커밍아웃과 아웃팅 하면 다들 동성애 용어로만 알고 있을 텐데, 오래전 수업에서 들었던 바로는 이게 원래는 철학 용어라고 한다. 커밍아웃은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규정하는 행위, 아웃팅은 타자에 의해 자신이 규정되는 상황이라고 말이다. 


사실 '나'라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방식은 대게 '커밍아웃'보단 '아웃팅'일 수밖에 없다. 일단 대표적으로, '박세환'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형성(?)되었지? 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라고 하는 '타자'에 의해 규정(?) 지어졌고, 그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타자들'이 필자를 지칭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게, '존재는 타자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산업화 세대를 '틀딱'이라는 이름으로 '한 묶음 타자화'시켜버린 이유? 그들이 일제강점기를 경험했건 안 했건, 625를 경험했건 아니건, 우리가 보기엔 다 똑같은 '틀딱'이니까요ㅇㅇ 그들의 존재는 우리라는 '타자'에 의해 '틀딱'이라는 명칭으로 규정된 것이다.


HOT의 노래를 들으며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이들과 방탄소년단을 들으며 롤을 즐긴 세대가 어떻게 '같은 세대'일 수 있냐고? '컴퓨터 게임'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조용필 세대가 보기엔 다 그 넘이 그 넘이니까요ㅇㅇ 뭘 더 바래? 그럼 '코리안'은 다 똑같아서 코리안이냐? 일본인이나 프랑스인이 보기에 즈들이랑은 명백한 차이가 나는 한 묶음의 집단이니까 코리안으로 규정된 거지.(심지어 코리아라는 명칭 자체도 천년 전 벽란도의 아랍인들이 쓰던 말이다..)  


이 지점에서 일전 4 사분면 전통 권위주의를 비판하며 했던 말을 곁들여 보고자 한다.


당신이 A라는 집단과 구분되고 싶지만

A와 당신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고

남들(타자) 보기에도 그 넘이 그 넘이다 싶으면

당신은 그냥 A인 거다. 

.. 그게 정치라고 불리는 이 바닥의 생리인 것이다. 





누군가를 지칭할 만한 용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역사에 별의별 미친 X이 가득하지만 "나는 '이름'이라는 방식으로 타자에 의해 지칭되는 삶이 싫다! 내 이름을 없애달라! 나를 지칭하지 말아 달라!" 이런 놈들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그럼에도 '우리'를 지칭하는 명칭규정을 거부하고자 한다면, 정치 평론가들은 매 선거 때마다


"'전에는 MZ라 지칭했는데 그 명칭이 싫어서 없애라 했고 그래서 지금은 MZ라 부르지 않는, 민주화 이후에 성장한 그 세대'의 투표 양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전에는 MZ라 지칭했는데 그 명칭이 싫어서 없애라 했고 그래서 지금은 MZ라 부르지 않는, 민주화 이후에 성장한 그 세대'의 주요한 특징으로는.."


이런 경제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비 실용적인 워딩을 동원해야만 하나? 


+그러니까 준스톤은 'MZ 명칭 논란'같은 쓸데없고 낭비적인 예송논쟁에 열 올리지 말고 낼모레 40 들어가는 사람답게 좀 생산성 있는 의제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그너무 'MZ들' 대리고 앞으로도 계속 정치를 해 먹으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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