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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9. 2022

전쟁의 명분

제대로 된 명분이라도 있어야 실드를 쳐 주건 뭘 하건 할 거 아냐?!


"애들 싸움은 선빵 필승, 으른 싸움은 선빵 필패"라는 말이 있다. 교실에서 그냥 주먹이 좀 세면 짱 먹을 수 있는 소위 '애들' 세계와 정치적 명분과 지난한 법적 분쟁까지 감안해야 하는 '으으른 세계'의 차이를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으으른들의 세계에선 보통 '선빵'을 날린 측이 거의 모든 오명을 뒤집어쓰기 마련이지만 언제나 항상 100% 그렇기만 한 건 아니다. 바늘구멍만 한 확률이긴 하지만 맞은 측이 소위 '맞을 만했다.' 여겨질 만큼 부당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그 확률이 엄청나게 희박할 뿐이지. 어디까지나 99.9%와 100%간의 '수학적' 차이에 관한 이야기지만..


전쟁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선빵'을 날린 측에서 거의 모든 오명을 뒤집어쓰지만 그게 항상 100% 이기만 한 건 아니다. 아주 미세한 확률로, 선빵을 당한 측이 너무 개XX라 "맞을 만했다."라는 총의가 모여질 수 있을 경우, 침략자에 대한 비난은 감소될 수 있다. 이를테면 킬링필드의 주역 크메르 루주 정권을 무너뜨린 베트남의 '침공'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난을 받았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대해 "선빵을 날렸으니까"라고 비난을 하는 건, 과거 미쿸의 이라크 아프간 침공을 '선빵 원죄'라는 명분으로 죽도록 물고 늘어졌던 반미 NL들을 골탕먹이기엔 딱 좋지만 그것만 가지고 100% 논의가 끝났다고 말 하기는 어렵다. 정말 이 문제를 진지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명분'에 대해서도 좀 따져볼 필요는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경우 '그 명분' 조차도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는 거.


이를테면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4 사분면 전통 권위주의 칭구들은 이 전쟁이


1. 파쇼 극우적인 가치를 배격하고 인권이라는 자유민주스러운 가치를 드높이기 위함인지

2. 인권 따위 자유민주스러운 가치를 배격하고 파쇼 극우적인 가치를 다시 되살리기 위함인지


조차도 똑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러시아인 학살을 주도했던 '극우' 성향의 우크라와, 그 우크라 속에서 나름 민주진보 리버럴을 추구하려 했던 젤렌스키 우크라 중 누가 더 나쁜 우크라 인지도 답하지 못한다. 


'나치'를 배격한다고 하면서 나치 성향의 대안우파들이 푸틴 체제에 환호해 왔다는 이런 불편한 지점에 대해서도 논하지 못한다. 


인권 충만한 민주진보적 우크라를 만들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냥 우크라를 쏘오련 시절의 강대함을 되찾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함인지도 답하지 못한다.(전후 푸틴의 연설들을 보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뭔가 딱 부러지는 명분이 있어야 그 명분의 옳고 그름을 진지하게 논해보기라도 할 거 아닌가. 

그렇게, 사람이 수십만 단위로 죽어 나자빠지고 있지만 그 행위의 총론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다.


+게 중에서도 가장 정신 나간 인간들은 이 전쟁이 '(자유민주나 극우 파쇼가 아닌..) 사회주의'를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치들. 진심 치료가 시급함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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