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복잡한 사정
성탄기간 중 프랑스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무슬림 쿠르드 이민자 거주지역에서 누군가가 총기를 난사한 건데 이로 인해 세 사람이 죽고 세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
으레 '또 미친 대안우파가 미친 짓 했나 보다.'생각될 법 한 상황에서, 쿠르드인들은 더 강력하고 세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시위를 했다.
이걸 보고서 어떤 '우파'는 '저것들한테 김어준/이태원 병이 도졌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쿠르드'인들이 진상규명에 까칠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중동에서 '쿠르드'인들은 일반적인, 다른 '무슬림'계열 사람들이랑은 조금 다른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인구는 다 합치면 3천만 명 즘으로 추정되는데 현대 국제질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불행히도 별도의 독립국가를 얻지 못한 채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 4개국으로 쪼개져 버렸다. 때문에 이들은 거진 한 세기 가까이 4개국에서 독립투쟁을 벌여 왔는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4개국에게 나란히 탄압을 받는 처지가 되었고, 이는 IS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유럽으로 도망처 온 쿠르드인들은 저 4개국에서 탄압을 받다 온 이들인데, 중동 4개국은 도망쳐 나온 이들에게까지 그 감시의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적어도 쿠르드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쿠르드인은 저 나라들이 '서방의 흔한 미친 대안우파'를 가장하여 자신들에게 대리폭력을 행사한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희생자 중엔 IS에 맞서 싸웠던 전쟁영웅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여튼 쿠르드인들은 '서방의 미친 대안우파'보다도 중동 4개국의 보안기관들을 더 두려워하며 경계한다.
우크라 전쟁으로 러시아가 오만가지 개쪽을 당하며 그 입지가 오그라들고 있는데 그게 안타까운 측면도 있는 게 바로 이 쿠르드 문제이다.
IS전쟁 중 쿠르드 군사세력들은 미쿸의 편에 서서 싸웠다. 미쿸을 위해 피를 흘려주면 IS 이후에 미쿸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미쿸 입장에선 이미 국내에서 셰일가스가 펑펑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답 안 나오는 중동지역에 애써 계속 발 담그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는 게 문제였지.
그래서 미쿸은 IS만 제거하고 그 지역에서 바로 발을 빼 버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미쿸이 빠지기만을 벼르던 중동국가들의 보복이 시작됐는데 '그 보복'을 그나마 통제해 줬던 게 러시아였던 것이다. 미쿸이 발을 빼자 '그 빠진 몫'을 얼떨결에 러시아가 담당하게 됬거든ㅇㅇ
그런데 그 러시아가 우크라에 영혼을 갈아 넣다가 개털이 돼 버리자 중동국가가, 튀르키예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르드 패 죽이러 간다고 말이지.
우크라 전쟁 전까지만 해도 터키가 러시아한테 체급으로 밀리니까 함부로 설칠 수 없었는데, 러시아가 개털이 되자 입장이 뒤집힌 것이다. 지금 러시아의 입지로는 중동에서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러시아는 "어지간하믄 우리 말로 하자ㅠㅠ" 하며 비굴하게 쩔쩔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