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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Feb 14. 2023

이대남 보수화

그럼 이대남은 '왜' 보수화 되었을까?

이대남 보수화를 논하는 이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문제가 뭐냐면, '이대남 보수화'라는 현상에 대해 "안 보여 안 들려"를 시전 하며 회피하던가, "이대남은 쓰레기야!"라 외치며 그냥 그들을 담론장에서 아예 배제하려는 속 편한 방식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남 보수화'를 제대로 논하려는 이라면, 특히나 그 사람이 민주진보일 경우 그 사람 입에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와야만 한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가?!"




'진정한 공산주의'가 무엇이건, 태초 마르크스가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건, 99%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공산주의'란 북한 중국 쏘오오오오련이다.
"북한 중국 쏘오련의 천태만상 이상의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까지 애써 찾아 읽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이들은 불행히도 전 인구의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AA주의'란, 경전 원서에 적혀있는 본래 내용이 아니라, 스스로 그 AA주의를 실천한다 떠드는 현실 정치세력 사람들의 언행 그 자체로 인식된다. 때문에 그 AA주의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경전의 본래 정신과 이격되어 타락과 병크를 저지르게 되면, 그러한 타락과 병크라는 현실의 현상들이 'AA주의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이게 대상에 대한 단순무식하고 어리석은 이해방식이라 생각된들, 대부분의 '대중들'은 정치사상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며 살아간다.


때문에 북중소의 현실 사회주의 실패를 넘어 '새로운'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을 실망시킨 현실의 세력들을 부정하고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 "우리도 북중소 싫어해요. 우리가 시도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는 그들과는 다를 거예요~" 이러면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은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무대 속에서 여전히 북중소를 지지하는 이들과 깊게 연계되어 있는 이들은, 바로 그러한 현실적인 한계로 인하여 그런 '선 긋기'을 시도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들은 "북중소가 뭐가 나쁘냐!"라며, 이미 실패가 확정된 이들을 억지 실드 치려는 병크를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 대감님들'로부터 지원은 계속 받을 수 있겠지. 근데 구태 이미지는 죽었다 깨나도 지울 수 없으며, 결국 정치의 무대에서 그렇게 서서히 지워져 가게 된다.




오늘날 이대남들에게 있어 '민주진보'란, 그들이 주장하는 공동체, 평등, 연민과 공감이란 그냥 조국, 윤미향 내지 류강장같은 페미들, '힐러리 클린턴들'일뿐이다. 사상적으로 자세히 알아본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인식되어 버렸다. 때문에 '그들'을 싫어하는 이대남들은 스스로 공동체, 평등, 연민과 공감이라는 '가치체계'까지 거부해야 한다고 스스로 인식한다. 그래서 일부러 더 능력주의, 약육강식, 경쟁 만능주의에 천착하게 된다.

다시 말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경전에 나와있는 본래의 정신과 현실 정치의 실천과정 중에 일어난 '실천적 과오들'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만일 이 현상을 극복하고 토라진 이대남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싶다면, 현실정치의 실패작들인 조국, 윤미향, 류강장들에 대해 부정하고 깔끔하게 선을 긋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신선하다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 정치의 냉혹한 진영 대립구도에 유무형으로 엄격하게 얽매여 있는 이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조국, 윤미향, 류강장이 뭐가 나쁘냐!"라고 외치는 최악의 수를 쓰게 되며 그렇게 계속해서 끼리끼리 곪아 가는 것이다.(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대감님들'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변치 않는 충성심을 어필했으니까.)




추가로 '반미주의'가 인기 없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반미'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가치질서가 무엇이건 간에,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반미주의'란 북중러+이란을 의미한다.(그리고 미쿸이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한들, 북중러+이란보단 훠얼씬 낫다고 여긴다.)
결국 '반미'를 하려면 자신들의 '반미'는 북중러+이란과는 다름을 어필하던가, "북중러+이란이 대체 뭐가 나쁘냐!"라고 빠락빠락 질러대던가 둘 중 하나가 될 텐데, 대부분은 어디로 가는지 다들 아실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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