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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7. 2023

리얼돌과 야동

성욕에 대한 터부는 겁쟁이들의 태도일 뿐


짤은 작년 여름 열린공감TV(현 더탐사)에서 촬영한 '성문화 규제'에 관한 토론 때 찍은 것이다. 저 토론에서 필자는 성문화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는데, 명백하게 '토론'으로 전제된 상황이었기에 지난번 '대화'때보다 훨씬 디테일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나라하게' 리얼돌과 야동에 대한 언급을 했던 기억은 난다.


더탐사는 저 방송을 아직까지 송출하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약 송출이 되었다면, 1년 전에 이미 공식적인 토론장에서 리얼돌과 야동, 성적 자유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으로 필자의 존재를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타인의, 그리고 인간의 '성욕발산'에 대해 "징그럽고 혐오스럽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라 말하는 만큼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태도가 있을까 한다. 어느 누구라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선량한 구성원들에 대해 그 성욕 표출 여부로 징그럽네 혐오스럽네 어쩌네 폄하할 자격은 없다. 만약 그따위 소리를 하는 인간이 있다면, 아마 '인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각종 성욕들과 그것들이 표출되는 양상, 방식들에 대해 더욱 펼쳐놓고 적나라하게 논할 수 있어야만 한다. 성욕은 인간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그 성욕을 논하고 진단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을 향한 이해도를 더욱 높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거장 프로이트 역시 성욕을 인간 정신의 가장 근원적인 기제로 보지 않았던가!



성욕을 향한 터부시는 결코 고결하거나 고상한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내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길 두려워하는 가련하고 불쌍한 겁쟁이들의 태도일 뿐ㅉㅉ


+그리고 이것저것 다 떠나서 

리얼돌이나 야동에 대해 '그런 건 타인 앞에서 드러내놓기엔 너무 징그럽고 혐오스럽기 때문에' 거부를 표명하는 이들이 있다면, 성소수자에 관련된 문제에서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들("어떻게 동성끼리 생식기를 맞댈 수 있지? 어우~ 징그러워! 혐오스러워!")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도 어느 한 지점에 있어 "그런 건 징그럽고 혐오스럽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다른 지점에 가선 "징그러움 내지 혐오스러움이 반대의 근거는 될 수 없다."라 주장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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