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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5. 2023

'남성약자론'은 광의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들이 아니래잖아!

학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잘 모를 때 일 수록(학부 때?) "이것은 oo이다!" "기다 아니다!"라는 평가가 딱딱 이루어지는데 지적 깊이가 생기고 레벨이 올라갈수록(석박사) "이것은 기다 아니다!"라고 딱 부러뜨려 말하기 '감히' 어려워진다고. 내가 생각했던 옳고 그름의 구분이 너무나 틀어지는 상황들을 많이 배우기 되면서 감히 이거다 저거다 식의 단정 짓기를 시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학부 : "이것은 oo이다!" ㅡ> 석박사 : "이것을 과연 oo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정치 또한 마찬가지인데, 누차 말 했지만 정치이념용어들의 사용에 있어 그 경계가 모호한 지점들을 너무나 많이 접하다 보면 "이것은 좌파다!" "이것은 우파다!" "그것은 oo주의라고 해야 한다!"라고 딱 떨어뜨려 말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기본소득은 좌파라고 보아야 하는가? 우파라고 보아야 하는가? 이를 주장한 밀턴 프리드먼이 신자유에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우파 사상이다? 하지만 필자의 글을 매일같이 접하는 무수히 많은 우파 친우들이 이에 동의할까? "나라에서 공짜로 돈을 주는 게 어떻게 '우파'냐?"라고 따지겠지.

결과적으로 좌파로 보는 사람은 좌파로 볼 것이고 우파로 볼 사람은 우파로 볼 것인데, 중요한 건 자기의 분류법만이 맞다고 우기면서 타인의 분류법을 틀렸다 말하는 식의 태도는 잘못된 아집과 독선이라는 거다. 이를 좌파라 보는 이들도, 우파라 보는 이들도 나름의 근거와 용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에서, 필자는 정치사회 논의의 장에서 타인의 정치이념 분류법에 대해 함부로 틀렸다 말하면서 자신만의 분류법 기준을 옳다고 밀어붙이는 인간군상들을 그켬해왔던 것이며, '정치용어의 사전적 정의 논쟁'과 같은 답 없는 논쟁을 극히 회피해 왔던 것이다.




필자가 '남성약자론'을 주장하는 이래 심심찮게 받아왔던 반응 중 하나가 바로 "박세환의 남성약자론은 결국 광의의 페미니즘이다."라는 주장이다.


안티페미라면 남녀가 동등, 평등해져야 한다라는 페미니즘적인 총론 자체를 부정하고 남자는 남자여야, 여자는 여자여야 한다는 전통 가부장적인 룰을 준수해야 하는데 박세환의 남성약자론은 남성에게 존재하는 약자성을 사회가 잘 배려해 주어 종국에 남녀가 진정으로 평등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건 페미니즘이라는 논리. 레디컬 페미라면 몰라도 온건 교차페미 정도라면 이미 충분히 통용되는 주장이라며 말이다.

아.. 이 얼마나 편협한 진단이란 말인가..! 


그냥 간단하게 말할게. 필자가 "여성의 약자성은 지나치게 부각되어 왔고 남성의 약자성은 지나치게 무시되어 왔기에,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려면 이젠 남성의 약자성을 더 신경 써야 할 때"라는 주장을 펼치고 다닌 이래, 이 주장이 '페미'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수용되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작년 여름 열린공감TV(현 더탐사)에서 페미 반페미 토론 했을 때, 그때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신랄하게 반격했던 반대쪽 패널? 응 리버럴 교차성 페미니스트야ㅇㅇ 그 사람은 아마 지금도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은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며, 완전히 틀렸고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할걸?


필자가 "남성약자론"을 내 세운 이래 소위 '페미'라고 하는 이들에게 귀싸다구 맞았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막말로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소위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이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사람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거다.

아니, '페미니스트'들이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은 페미니즘 입장에서 절~~~ 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라 그러고 있는데 무슨 페미니즘이라는 거야?! 그 사람들이 다 틀렸다는 거야?



만약 누군가의 눈에 '박세환의 남성약자론'이 정녕 페미니즘으로 보인다면 뭐 그렇게 보시라. 그런데 "반드시 oo로 분류되어야 하며, 그렇게 보아야 한다!"라는 식의 단정적 주장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집에 쌓인 편협한 독선이다. 


물론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이 페미니즘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려 한다면 방법이 있긴 하다. 지금까지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은 페미니즘적으로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고 주장했던 페미니스트들의 뚝배기를 전부다 깨 부수고 오시라.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엉엉 잘못했습니다ㅜㅜ 우리는 지금부터 '박세환식 남성약자론'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반성문을 받아오시면 된다. 그러면 페미니즘으로 전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사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완전히 동의는 안 해도 그나마 이야기를 들어줬던 '페미니스트'들도 있기는 했다만, 그들은 이미 주류 페미니즘계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스스로 애써 "나 역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조차 안쓰러워 보였던 그런 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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