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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28. 2023

정대만 - 불꽃남자의 전설

슬램덩크의 진정한 주인공

뉴스피드에 벌써 슬램덩크 10차 관람을 넘겼다는 여성페친의 글이 올라온다. 그 페친은 20대이다. 한때 슬램덩크를 감동적으로 보았던 사람으로서 이 명작이 지금 젊은 층에게도 충분히 소구력을 가진다는 사실이 즐겁다.

그럼에도 이번에 나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엔 다소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장대한 내용을 고작 영화 한 편의 시간에 모두 축약해 넣으려다 보니 각 캐릭터들의 서사들이 대부분 누락되는 건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강백호를 능가하는 진 주인공 불꽃남자 정대만의 스토리가 너무 많이 누락된 건 너무 슬프더라.


이번 극장판에서 보면 정대만은 송태섭의 죽은 형을 대신하는, 좋은 농구선배로 등장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장발의 양아치, 탈선남으로 변해 송태섭과 농구부 친구들에게 시비를 턴다. 그러다 또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그 옛날 송태섭과 처음으로 조우했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농구부로 복귀한다. 


"농구가 하고 싶어서 돌아왔다!" 


이러한 서사 패턴은, 진정한 진 주인공 불꽃남자의 서사를 미리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솔직히 다소 황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 새끼 뭐야??"




정대만은 중학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촉망받는 농구 유망주 중학 MVP였다. 북산고에 들어와서도 농구부로 입단해 두각을 드러내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피지컬과 열의만 넘치지 기술적인 측면은 영 잼병이었던 동급생 채치수와 강한 대조를 보였다. 감독 안 선생님은 그런 정대만을 좋아했고 정대만 역시 자신에게 잘해 주는 안 선생님을 유독 잘 따랐다. 그랬는데..


.. 정대만이 시합 중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부상은 생각보다 잘 치유되지 않았고 재활에 어려움을 겪던 정대만은 결국 농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좌절된 꿈. 절망. 실패. 결국 정대만은 탈선을 해 악명 높은 불량배로 전직하게 된다.


날라리들이 늘 그렇듯 정대만 역시 주변의 '선량한' 친우들을 괴롭히고 다녔는데, 농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 송태섭이 처음 농구부에 들어왔을 때 "농구가 하고 싶어서 들어왔지만 내가 농구한다는 걸 정대만이라고 하는 졸라 무서운 형한테 들키면 X 될 수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한다.(이 장면이 극장판에서도 나왔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리고 농구부 애들을 패고 다니다 결국 송태섭이 농구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대만은 결국 자기 패거리들을 이끌고 북산고 농구부를 엎어버리러 원정을 나서게 된다. 



정대만의 패거리들은 소싯적에 주먹 좀 휘둘렀다던 서태웅을 뒤통수 일격으로 손쉽게 제압하고 북산 농구부에서 본격적인 깽판을 치기 시작한다. 이때 역시나 주먹 좀 휘둘렀던 강백호 패거리들이 방어군으로 참전해 간신히 이에 맞서던 상황. 그때 피지컬 괴물 고릴라 채치수가 등장한다.

채치수가 등장하자 그 피지컬에 압도된 양측 패거리들이 모두 멈춰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채치수는 그 사이를 담담하게 걸어 들어가 정대만에게 귀싸다구를 날린다. "한심한 놈!" 정대만의 패거리들은 감히 맞서지 못하고 정대만은 그냥 무력하게 얻어터진다.


그때 안 선생님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대만과 눈이 마주친다. "허허허 대만군. 오랜만이군요."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

.

.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뭇 남정네들의 심장을 찢어발겨놨던 그 불후의 명장면(짤방)이 등장한다. 슬램덩크 전 편을 통틀어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바로 그 장면.


"안 선생님... 농구가.. 농구가 하고 싶어요.."  


머리를 짧게 자른 정대만이 농구부로 돌아와 3점 슛의 전설을 써 내려간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남자가 끌리는, 남자가 반하게 되는 남자의 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보추캐릭터 그런 거 말고 정말 남자가 남자로서 순수하게 끌리게 되는 그런 장면 그런 상황 그런 인물 말이다.(전근대의 무사들이 서로 친우 형제 군신의 예를 맺어왔던 것도 다 '그런 정서'에 기반해 왔을 것이다.) 남성성이랑 별로 안 친해 남캐라면 그저 오토코노코 캐릭터만 취급한다는 필자조차도, 가끔은 그런 상황을 본다. 그리고 정대만은 그러한 공식(남자가 남자에게 남자로서 반하게 되는..)에 정말 충실했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한다. 


극 중에서도 정대만은 철저하게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정대만을 따르던 '어깨들'은 농구부 브레이커에서 열혈 농구선수로 되돌아간 정대만을 따라 '농구선수' 정대만 팬클럽으로 끝까지 정대만을 따라다닌다. 정대만은 그 조각미모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겐 관심을 두지 않으며, 여자와 엮이는 청춘물의 흔한 이벤트 한 점도 없다. 아마 이런 부분이 남성들에겐 더욱 강하게 어필되었을 것인데, 실제로도 정대만을 특별히 좋아하는 팬들은 남성층이라고 한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서태웅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바람되어 너와 함께 달리고 싶어

저 하늘 너머 세상 끝까지

온세상을 다 가져봐 내가 힘이 되어줄게

그동안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젠 던져버려

힘차게 달려 나가봐

저 환호성을 들어봐

우리들의 꿈들을 이룰 때가 온거야


+여담이지만 의외로 싸움은 잘 못했던 것 같다. 나름 어깨들과 함께 거친 남성의 세계를 살았던 사람임에도 싸움 장면에선 활약하는 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며, 기껏 있어봐야 두들겨 맞는 장면뿐이다. 정대만 패거리의 힘은 주변의 어깨들로부터 나오는 거지 정대만 그 자신이 무력의 주체는 아니었던 거지. 마치 유비에게 관우 장비 조자룡이 있는 것처럼.
극장판에서도 패거리를 모아 송태섭을 집단린치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일대 다수의 상황이었음에도 송태섭한테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주변의 패거리들이 송태섭을 제압해서 망정이지..


그런 남자가 어떻게 어깨들 세계의 리더가 되었을지 정말 궁금하기 그지없는데, 아마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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