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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6. 2023

민주진보가 이대남을 버린 거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자.

1.

사람은 '자신이 포함된 정체성을 싸잡아 욕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 이건 너무나 자명한 이야기이다. 그런 게 가능한 이들은, 자기가 포함된 정체성 무리 그 자체에 대해 극단적인 반역심을 품고 있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사람이 우익우파진영을 지지할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익우파 놈들이 여태껏 호남에 대해 지껄여온 말들을 생각해 보자.


"전라도 놈들이 우파당 지지 안 하는 건 빨갱이 공산당이라서 그런 거."
"전라도는 다 빨갱이 간첩이라 때려잡아야 함ㅇㅇ"

"엔젤두환 장군님께서 땅끄로 다 밀어버리셨어야 했는데 너무 착하셔서 광주만 손 보심"

"518 그거 부칸이 선동하고 주도한 반란인데 민주화 놈들이 정권 잡고서 민주화운동으로 포장해 준 거임ㅇㅇ"

"사람을 죽이는 건 죄지만 전라도 놈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광주 홍어들 좀 죽인 건 잘못 아님."


이따위로 떠들어 댔는데도 매 선거마다 우파당 표가 2~10%가량이나 나오는 건 기적이라 보아야 하는 것이다.





2.

'우파'가 저렇게 떠들어대는 이상, '호남 사람'은 설령 우파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선뜻 우파당을 지지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야, 호남 놈들 왜 우리 우파당 지지 안 하냐? 졸라 괘씸하지 않냐? 우리 우파당이 호남지역에 얼마나 신경 써주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를 거부해?" 이따위 소리를 늘어놓는 우파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손절해도 된다고 본다. 이건 지능문제가 아니라 양심문제니까.

저런 한탄이 가능하다는 건 지금까지 우익우파가 '전라도'를 어떻게 취급해 왔는지 부분에 대해 '선택적으로' 기억을 상실하고 조작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보통 사이코패스 내지 소시오패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파당이 '호남'으로부터 진짜로 지지받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먼저 그간 호남과 518에 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비하와 조롱이 존재해 왔음을 당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고 이를 깔끔하게 사죄하는 것뿐이다. 전두환 손자처럼 말이지ㅇㅇ

그런 거 없이 "응? 우린 '그랬던' 기억이 없는데?^오^ 우린 호남한테 충분히 잘해 줬어^^ 그럼에도 호남이 우릴 안 찍는 건 그냥 빨갱이라서 그런 거겠지^^"이런다면, 언급했듯 그건 그냥 소시오패스라 봐도 무방하다.




3.

젠더갈등 문제에 있어서 "민주진보나 우익우파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변명은 지난 대선정국에서 이미 유통기한이 다 된 변명이다. 이재명이 닷페이스에 나가고 이준석과 윤석열이 손 잡은 우익우파 진영에서 '여가부 폐지'와 '무고죄 강화'를 띄운 시점에서 이미 끝난 변명이라고요.(그래서 여가부 폐지가 '실제로' 이루어졌냐고? 응. '민주당 반대' 때문에 못 했지!)


그 이후 양 측의 행보를 보면, 누가 어느 입장을 편 들어줬는지 여부가 너무나 극명하게 나온다. 우익우파는 (물론 이 역시 충분치는 않지만..) 안페 편, 남자 편을 들었고 민주진보는 페미 편, 여자 편을 들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지점부터 민주진보는 노골적으로 '안티페미 이대남'의 손을 놓았다.


주요 민주진보 인사들이 공식석상에서 "이대남은 문제 있다!"따위의 발언을 이어갔으며 '그 박지현'이 민주당에서 공식 감투를 쓰게 되었다. 저급한 밑바닥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도 아닌 곳에서 유시민과 같은 주요 스피커가 '이번남'어쩌고 하는 프레임을 '공식적으로' 퍼뜨렸다. 시그널은 명확했다. 우리 민주진보는 페미 편, 여자 편을 들 것이다. 이대남 안티페미는 버리도록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건, 구술했듯 지능이 아니라 양심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대선정국 때 일부 '민주진보' 성향의 지인들에게 극도로 실망감을 느꼈었던 게 바로 이 지점이었다.  

 

이재명이 닷페 나간 이후로 젠더갈등에 있어 그들의 포지셔닝은 이미 끝난 이야기였음에도, 일부 민주진보 지인들은 "아넵다 아넵다! 민주진보는 이대남을 버린 적이 없슴다! 이그다 그짓말입니다 이거~"를 외쳤던 것이다. 이를 보면서, 참 양심이 없다고 느꼈다. 아~무리 한 표 한 표가 시급한 정국이라 해도 똥을 된장이라 말해서 되나. 긴 건 긴 거고 아닌 건 아닌 거지.




4.

민주진보가 안페 이대남 표를 받고 싶으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자꾸 복지증가 같은 '다른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 하지 말고, 노골적으로 젠더갈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페미 편'을 들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공식' 인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죄하면 된다.


그런 거 없이 계속 복지증가 같은 '다른' 정책으로 승부 보려 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대남도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니 우리는 이대남 정당^^"이따위 기만질을 늘어놓는다면, 호남인들이 우파당 지지 안 하는 것처럼 이대남들이 민주진보 지지할 일은 요원할 것이다.


이대남 따위 지지 안 받아도 상관없다고요? 그래, 차라리 그렇게 말하라고ㅇㅇ "우리는 충분히 잘해 주고 있는데 저들이 우리를 외면하는 게 원망스럽다." 이따위 소리는 하지 말고 말이다. 그건 맨날 호남 욕 하면서도 "호남인들은 우리를 지지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우파인들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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