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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6. 2023

사회주의와 봉건주의의 불편한 동거

비극이 예정된 결혼

한때 이란은 친미 친서방 국가였다. 그랬는데, 그게 불만인 이들이 혁명으로 나라를 엎어버리고 오늘날의 '저 이란'으로 만들어놓았다.

두 세력이 연합해서 친미 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엎어버린 건데, 두 세력 중 하나는 이란의 공산/사회주의 진영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호메이니, 전통 봉건주의 이슬람 세력이었다.


팔레비왕조를 엎어버리는 거 까지는 좋았지. 근데 엎고 나니 문제가 또 생긴다. 반미 반서방이라는 명분 하나로 뭉치기엔 공산 사회주의 진영과 전통 봉건주의 진영 간의 간극이 너무나 컸던 것이다. 

공산 사회주의 진영은 서구식 근대정신의 극치이다. 근대 인본(노동인민 대중)주의와 이성주의(과학적 사회주의, 마르크스 이론). 반면 전통 봉건주의 진영은 근대정신이라는 그 자체를 부정한다. 인간은 신이나 왕조의 영광에 예속되어 그저 제물로나 바쳐져야 하는 그런 존재이며 이성이라는 불완전(??) 불건전(???)한 요소로 감히 세상의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별하려 해서도 안 되는 존재인데, 그런 인간이 스스로 삶의 주인을 자처하며 자체적인 이성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주체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팔레비왕조가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이 두 세력은 자기들끼리 헤게모니 투쟁을 벌이게 되는데 여기서 호메이니의 전통 봉건주의 세력이 최종 승리하면서 이란의 공산 사회주의 세력은 일소가 되고 만다. 그리고 냉전기 이란은 친서방 자유진영도, 친소련 공산진영도 아닌 제3의 축을 추구하게 되는 거지ㅇㅇ

그리고 이란혁명은 사회주의 진영과 봉건주의 진영 간 반미연합(?)의 대표적인 베드엔딩 사례로 지금까지도 계속 화자 되고 있다.



전통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충돌한 사례는 이 말고도 많다. 시리아 내전과 IS전쟁 중에도 사회주의 성향의 진영은 전통 봉건주의 이슬람 세력과 처절한 교전을 주고받았지. 뿐만 아니다. 2차 대전 독소전쟁도 따지고 보면 이 두 세력 충돌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유시장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 간의 알력다툼은 냉전이 끝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진행되는 중인데, 아무리 치고받는다 해도 이 두 세력 간의 싸움은 '근대정신' 위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이다. 양 진영 다 근대적 인본주의와 이성주의 하에, 각자 자신들의 방식이 인간의 행복 총량 증가에 더 유효하다 주장하며 포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 봉건주의 진영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은 인간과 그 인간의 이성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근대정신의 기본전제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유시장이건 사회주의건 나발이건, 애초에 신의 불완전한 피조물인 인간 따위가 세상과 삶의 주인을 자처하며, 스스로의 이성으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면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려 했다는 그 자체가 오만한 이단행위인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사회주의와 전통 봉건주의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어리석은 이들이 '반미' 한답시고 계속해서 그 연합을 추구하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결코 해피엔딩이 있을 수 없는 결혼인 것이다. 



+푸틴 러시아의 반미 행보를 지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통 봉건주의와 사회주의 진영 간 위대한 연합이 필요하다며 떠들어대는 이들은 이 불편한 지점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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