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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20. 2023

디아블로4 총평 - 단점 편

갓2의 전설은 정녕 계승될 수 없는 것인가?!

진보너머 대표로 취임한 후 첫뻔째로 쓰는 중요한 논평(?)인데 디아블로에 관한 건 안보이슈, 경제이슈, 젠더이슈와 더불어 특별히 중요한 의제이기에 진보너머 공식 페이지에 올릴까 하다 일단 개인 탐라에 적도록 함ㅇㅇ


장점 단점 나눠서 올리는데 일단 단점부터.


1.
먼저, 역사에 길이 남을 갓작이었던 갓2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그럼 질문해 보자. 갓2는 왜 갓이었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액트 간의 분절'을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이게 무슨 말이냐.


자, 당신이 갓2를 시작했다. 당신의 캐릭터는 로그캠프에서 시작해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적들은 점차 괴랄해지며 주변의 풍광과 음악, 이것들이 어우러진 분위기 전체가 음침하고 암울하게 바뀌어간다. 이러한 변화는 '카타콤'에서 극대화되는데, 너무 무서워서 슬슬 지쳐갈 즈음, 등치가 집채만 한 왠 미친 아줌마가 빨가벗은 채로 함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돌진해 온다!(초심자라면 여기서 독 퍼먹고 몇 번 누울 수도 있다.)


한글패치가 존재하지 않고 영어도 할 줄 몰라 그 어떤 스토리도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에조차 주변의 분위기나 아줌마의 괴랄한 행태를 보고서 "아, 졸라 중요한 분기점에 왔구나!"라는 걸 그냥 '직감'할 수 있었다. 힘겹게 아줌마를 물리치고 나면 성스러운 함성&빛과 함께 자동으로 타운포탈이 열리며, 마을에서 메시프를 따라가 보면 이게 웬걸? 


지금까지의 중세 유럽과는 전~~~혀! 완벽하게 딴판인 중동의 사막세계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액트로 진입한 것이다!


(당시) 블리자드가 상당히 놀라웠던 게 뭐냐면, 같은 게임인데도 새로운 액트의 필드 모든 것들, 그러니까 주변의 나무나 건물에서 매우 사소한 길가의 상자 같은 것까지 전부 다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새로운 액트'가 마치 '새로운 게임'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액트1 중세유럽에 슬슬 지쳐가던 플레이어는 엄청난 감동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다섯 번 반복되지ㅇㅇ





2.
하지만 슬프게도 디아4에서는 이러한 감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명권들은 존재하지만 그게 갓2만큼 임팩트 있지는 않다. 


일단 '오픈월드 자유도'라는 미명하에, 플레이어는 진행하는 액트 상황과 관계없이 어느 지역이나 돌아다닐 수가 있다. 시작하자마자 액트3 트라빈컬 들어가서 타락한 자카룸 사제들 좀 잡다가 다시 액트1 카운테스 좀 잡아주고, 액트2 탈라샤무덤 가서 앵벌이 좀 하다가~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건 '조건을 완료하지 못하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는 통제와 억압'이 만들어냈던 갓2식 '성취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심지어 각 문명권간의 디자인이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은 게, 메마른 평원과 케지스탄은 둘 다 중동 아랍 기반으로 모래의 양과 건물의 색감 다양성 정도를 제외하면 서로 다른 문명권이라곤 전혀 느낄 수가 없으며 중북부유럽 숲을 모태로 한 스코트글랜(이름부터 스코들랜드를 연상케 한다.)과 동남아 밀림지역인 하웨자르역시 너무 유사해서 이색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5개의 필드 덩어리가 있다지만 실질적으론 3개의 문명권만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낮과 밤 중 밤의 비중을 특별히 높혀놓은 설정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갓2의 경우 체감상 낮과 밤의 비율이 2:1이었다면 디아4에선 이 비율이 1:2 정도로 갓2의 반대인데 언제 어디서 플레이를 하건 모든 필드는 어둑어둑 시커매서 가뜩이나 희소한 각 문명권간의 이색적인 특성들이 더더욱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웅은 밤에만 활동하냐? 배트맨이여?


배경음악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매가리가 없고 심심한데(음악에는 돈을 안 썼냐?), 릴리트를 잡고 모든 스토리를 완료할 때까지 기억에 남는 음률이 하나도 없을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지. 갓2에선 배경음악의 비중이 무척 중요했는데 액트가 바뀔 때마다 음악도 같이 '그 문명권에 맞게' 바뀌었고, 음악의 변화가 새로움을 더욱 가중시켜 주었다는 걸 고려할 때 디아4 음악의 밋밋함은 정말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3.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결정타가 바로 '레벨 스케일링'. 각 필드마다 몹이 고유레벨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레벨과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맞추어 놓은, 정말 정신 나간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베테랑 난이도 기준 플레이어 레벨 -1과 +2 사이) 각 필드마다 존재하는 몹의 난이도는 플레이어가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정말 정말 중요한 요인인 건데 이제 어느 필드로 나아가건 플레이어는 언제나 항상 같은 난이도만을 체감하게 된다. 이는 최악의 망작으로 불리는 똥3에서 최초 도입되었는데 후속작도 같이 말아 처먹으려고 이번 4까지 애써 따라 들어온 것이다!


자, 위에 언급한 '그런' 요인들로 인해 이미 플레이어는 어느 필드에서도 특별한 이색감 내지 변화감을 인지하지 못하며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레벨 스케일링으로 인해 모~~든 필드에서 느끼는 체감 난이도마저 완벽하게 동일해져 버린다면 ...대체 플레이어는 언제 어디서 이색감이나 변화감을 느낄 수 있나? 응?


이러니까 출시 한 달도 안 되어 벌써부터 질린다, 지루하다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4.

심지어 보스들도 밋밋하기 짝이 없다. 모든 보스들의 색감은 칙칙하기 짝이 없는 데다 디자인도 크기도 다들 고만고만해서 일반 필드몹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심지어 액트 보스마저도 그따구이다! 특유의 색감&외형&크기&난이도로 인해 남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 저 X끼가 이번 액트 대가리구나!"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던 갓2와 비교해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게, 릴리트까지 잡은 필자는 지금까지도 액트2 보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 어떤 놈을 액트보스로 잡고서 새로운 액트로 진입했던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들 너무 고만고만해서 말이지ㅇㅇ 마지막 보스도 그게 릴리트라서 릴리트인 줄 알았다.


이러니까 게임이 지루하고 밋밋하다고 하는 것이다.





5. 

전작부터 던전들을 자꾸 개방형 디자인으로 만드는 부분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개방형 디자인이 뭐냐면 갓2 액트2의 아케인 생츄어리를 떠 올리면 된다. 길은 좁지만 벽은 없고 사방이 개활지로 뚫려있는 던전 디자인 말이다. 


똥3때부터 던전들이 자꾸 개방형 디자인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폐쇄감이라는 공포의 결정적인 요소를 삭감시킴으로써 공포감을 줄이고 필연적으로 지루함을 가중시킨다. 벽으로 사방이 좀 막혀있어야 갑갑함과 벽 넘어 있을지 모르는 적들에 대한 공포감도 생길 것 아닌가? 그런 이유로, 갓2에서 가장 지루했던 던전이 바로 아케인 생츄어리였다.(다행스럽게도 갓2에선 아케인 생츄어리를 제외한 다른 던전들은 전부 폐쇄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혹자는 "아닌데여? 똥3이나 디아4도 폐쇄형 던전 있는데여(건물 내부)?"라 반문할지도 모르겠는데..


똥3부터 등장한 또 하나의 특징은 건물 내부가 우악스러울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것이다. 건물 내부 던전이라 해도 갓2의 건물 내부와 똥3의 건물 내부는 다르다. 갓2는 키 1.7m의 표준 크기 인간을 기준으로 건물이 디자인되어 있다면 똥3부터는 무슨 키가 5m 즘 되는 거인들을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층높이나 문이 과도하게 크며 방 공간도 과하게 넓다. 게임을 해 본 이들이라면 다들 느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해 놓았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되면 설령 폐쇄된 건물 속이라 해도 거인의 집에 들어온 생쥐마냥 모든 게 다 광활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폐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6.
이렇듯 게임 속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갈수록 줄어들다 못해 이젠 완전히 소멸한 수준이다. 그럼 정말 이 게임에서 공포를 느낄 요소가 전혀 없는가? 음.. 그렇진 않은 게, 이 게임에도 '그분들'이 다녀가셨다!


이번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여캐의 섹시함이 극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디아2 레저랙션 때도 캐릭터 외모'너'프 이슈와 함께 나왔던 부분인데.. 간단하게 여캐의 노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부위만 간신히 가린 비키니 갑옷이 방어도 999 찍고 그런 거 이제 일! 절! 없다는 것이다. 하다 못해 그 흔한 레깅스 한 점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여자 법사 캐릭터가 레깅스를 착용하긴 하는데 그 위에 한복 치마 마냥 거대한 치마를 두르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통에 플레이어가 그 레깅스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죽었을 때 정도?)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풀 플레이트 갑옷으로 전신을 꽁꽁 싸매거나 이슬람 부르카마냥 신체를 가리고 나온다!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성욕의 영역과 겹치기 때문에 공포물에서는 의도적으로 섹시한 캐릭터들을 많이 등장시키곤 했는데, 이젠 그것도 다 옛 말이 된 것이다.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해 줄게. 당신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성적 섹시함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안다리엘이다. 먼 말인지 대충 알겠지? 하다못해 그 존재 설정 때문에서라도 소정의 음란성(?)을 갖추어야 하는 서큐버스들 마저 전신을 칙칙한 잿빛으로 떡칠을 해 놓아 딱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미치지 않고서야 블리자드가 보추캐릭터 같은 걸 만들 리도 없으니 당신이 이 게임을 하며 여성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편할 것이다. 그럼 대체 이 세계 속의 남자들은 어떻게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고 성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또 하나 괄목할 만한 특징이, 군인 NPC들을 클릭해 보면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다. 이로써 우리는 여성이 군 복무에 결코 불리하지 않으며, 여성징병제를 통해 진정한 여남평등을 달성... 읍읍


... 이게 '그분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성평등이야? 남자는 남자라서 남자인데 여자도 남자가 되는, 여성적인 외형은 죄악이라 아무도 추구해선 안 되며 남자인 사람이건 여자인 사람이건 모두가 남자처럼 입고 남자처럼 행세해야 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여자'란 개념이 아예 지워지고 너도 남자 나도 남자 남자밖에 없는 위아 더 남자 미트스핀 오도짜세 전우애 월드. 아니 ㅆㅂ 남자 그게 뭐 그렇게 부럽다고 남자가 못 돼서 죽은 귀신이 붙었냐 대체 '여성성'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데? 대체 왜!


쨋든 성역은 이미 대악마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에 의해 오염되었고, 플레이어가 대악마를 얼마나 때려잡건 이 부분만큼은 이제 결코 되돌릴 수 없어 보인다는 게 이 게임에서 가장 큰 공포요소인 것이다.. 




다음엔 장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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