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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워너비1

모든 걸 끝장내는 가장 간편한 길

by 박세환

정치 사회를 논하는 장에서 배회하고 있노라면 좌-우를 떠나 항상 접하게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내전 워너비'들이다. 여기엔 얄팍한 지식으로 앎을 떠드는 철없는 청소년으로부터 상당한 지적 기반을 지닌 가진 고레벨의 지식인까지 총망라되어있다.

난 이 부류의 사람들을 너무나 자주 접했고, 근래 또다시 접하게 된 고로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고자 한다.


내전을 꿈꾸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세상은 너무나 어지럽고 뒤틀려있는데, 이러한 뒤틀림을 지지하는 이들 역시 많음에 상황이 정상적인 방식으론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면, 모든 상황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써의 내란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사실 역사의 많은 변곡점에서 영웅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지젝이었던가? 어떤 저명한 좌파 철학자는 이를 '신적 폭력의 분출'이라고 표현하더군.)


그러나 역사는 보통 내전의 아수라장을 거쳐 최후에 승리한 이들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정작 내전이라는 상황이 밑바닥 백성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까지 자세하게 전달되지는 않는 듯하다. 전란이 일어나고 최후의 승리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패배자'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너무나 쉽게 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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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원하는, 분노의 찬 이들이 내전을 통해 해보고자 하는 것들은 보통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분노에 차서 내전을 외치는 당신은 그 속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1. 반대편 사람들 다 잡아 가두고

2. 고문하다 죽이고

3. 그들의 재산을 강탈하고

4. 집을 불태우고, 여인들은 겁탈할 것이다!


그런데 내전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의 정치적 반대편인 사람들의 입에서도 역시 똑같이 나온다. 왜 그들도 내전을 원하는 것일까? 간단하지, 당신이 내전을 통해 그들에게 가하고자 하는 바로 그것들을 당신 반대편의 사람들 역시 똑같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

결과적으로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그것들'은 내전이 일어날 시 바로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이 겪어야만 할 일들이기도 하다. 마치 쥬만지처럼.


내가 흥미롭게 지켜봐 왔던 시리아 내전을 기준으로, 실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 좀 더 이야기해 보자.


일단 기본적으로 내전과 같은 야만적인 상황 속에서 사회는 더 이상 인품과 지성을 필요치 않게 된다. 그것은 오직 최고위 일부 수뇌부들의 덕목일 뿐, 각 세력들은 인품과 지성을 갖춘 신사&선비보단 사람을 개미새끼마냥 밟아 죽일 수 있는 야만적인 인간들을 더 선호하는데 이런 경향은 내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심화된다. 이 속에서 깡패와 건달들이 크게 출세하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경찰에 쫓기던 이들이 이젠 경찰 완장을 차고 으스대며 거리를 돌아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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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리가 알던 법과 질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살인, 강간, 약탈과 같은 범죄는 혼란스러운 정황 속에서 더 이상 재데로 수사되지 못한다. 사이코패스들이 본성을 드러내기에 최고의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아마 당신은 주변인물 중 어떤 사람들이 본성을 숨긴 사이코패스였는지를 점차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엔 언제나 고통이 동반될 것이다.

(직접적인 물적 손실로 인한 생활의 곤궁은 이 모든 과정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모두가 서로를 믿을 수 없다. 전선이 명확한 외국과의 전쟁이 아닌 내전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국내 정치 이념적 갈등을 기반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우리는 한 집안 내에서, 친우 집단 내에서도 얼마나 많은 정치적 이견들이 존재하는지 알고 있다. 평화기라면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기반으로 서로의 지적 기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전란기에는 오직 피아를 가르는 기준이 될 뿐이다.


+남북전쟁은 전선과 영토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서 그나마 양호했던 듯.


-To be continue


20191222_225458.jpg "점심먹을 틈도 없이, 30번을 강간당했습니다. 화장실도 갈 수 없어요. 제발 거기를 찾아서 모두를 폭파시켜주세요. 그곳엔 어차피 생명이란게 존재하지 않아요" - 야지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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