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빈부격차
오래전, 그니까 2000년대 초반 즘 한국에서 유행했던 종말론 중에 "부동산 종말론"이란 게 있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부동산의 신 수요계층이 되어야 할 젊은 계층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없어서 붕괴될 것이라는 내용이 주 골자였다.
오늘날의 집값 상승 추세를 보면 다들 이 SF소설을 비웃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완전히 빗나갔다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부동산 값이 오른다."라고 알고 있는 이 현상은 강남 내지 과천 분당 같은 일부 금싸라기 지역에 한정된 현상일 뿐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니까.
지난 세기 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분명 부동산은 항상 '전국적으로' 다 오르는 물건이었다. 그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고 나선 옥석이 가려지기 시작하는데 위에 언급한 금싸라기 지역은 계속 상승하고 그 밖의 지역들은 정체되거나 심지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고로 "부동산이 너무 오른다."라는 표현은 사실 현상에 대한 올바른 표현은 아닌 것이다. "부동산이 오른다."가 아니라 "부동산 간의 격차가 너무 커지고 있다."라던가 "부동산 빈부격차가 치솟고 있다."라 표현해야 더 바람직할 것이다.(아닌 게 아니라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폭망 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비트코인처럼)
…
일부 지역의 집값이 비트코인처럼 과하게 치솟게 되자 정부는 여느 때와 같이 '다주택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책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방식의 규제에 다소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알짜베기 한주택"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방에 아파트 5채 지니고 있던 사람이 그거 다 팔고 강남 타워팰리스 하나를 사게 되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의 수요는 더 떨어지고, 반대로 금싸라기 지역의 수요는 더욱 몰린다. 결과적으로 지방과 수도권 금싸라기 간의 부동산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나는 한주택이나 다주택을 나눌 것 없이 그냥 세금으로 때려 박는 것이 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계속 오르는 금싸라기 지역이 있다? 그만큼 세금 더 많이 내라고 해라! 그들은 집값 올라서 좋고 정부는 세금 왕창 거두어서 기본소득이라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윈윈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