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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Sep 11. 2023

국가의 사상과 군대의 사상

군대가 나라와 별개의 자체적인 사상행보를 보일 수 있는가?

*정말 미안하게도 이 역시 홍범도 사태와 어느 정도 연계가 되는 이야기인데 아무튼 여기까지만 양해를..


한국에서 군인은 '정치사상'을 가질 수 없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개별적인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군인은 그저 정부가 가라고 하는 길을 따라야 할 뿐 자기 스스로 정부가 나아가는 사상적 방향성에 대해 왈가왈부를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나라의 사상적 방향성에 대해 군이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왈가왈부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필연적으로 쿠데타, 반란일 수밖에 없기에, 이미 두 번의 쿠데타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의 경우 군이 자체적인 정치사상을 표출하는 상황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한을 가한다고 알고 있다. 군은 그저 정부가 가는 방향으로만 따라올지어다..


개인적으로 군인도 퇴근(?)하면 한 명의 시민인지라,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그렇게나 완벽하게 금지시키는 한국의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군인이 '군인으로서' (명령권자인 정부와 별개의) 사상행보를 보일 권한은 절대 없으며,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들에서 군대는 그 나라에 존재하는 사상 전반이 아닌, 그 나라의 가장 '보수적인' 사상 입장을 따르는 경향성이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때문에 정치가 불안정한 상황이 오면 군은 선택지 중 가장 보수적인 사상을 사회 전체에 강제하는 별도의 주체로 탈바꿈되곤 하는데 그렇게 발생한 불행들이 역사에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당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성향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 한 군대가 보수우익을 외치며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전복시켜 버린 스페인 내전.   

반대로 쏘오련 붕괴로 시장경제가 들어서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 한 쏘오련군이 '보수적인 공산주의'를 외치며 쿠데타를 일으켰던 적도 있었더랬다.


여튼, 군대가 정부와 나라의 방향과 별개로 자체적인 사상성을 보유하고 이를 추구하려 했을 때 결과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은 '합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당연히 군대는 '합법적인' 정부의 명령과 지침에 불만 없이 복종해야만 한다. 그게 당연한 거다. 정부가 합법적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하면 군은 이에 복종해야 하며, 정부가 합법적으로 자유시장을 추구하면 군도 이에 정당하게 따라야만 한다.




홍범도 내홍 때 나왔던 우익우파의 여러 가지 주장 중 하나로 "자유민주주의 나라 전체는 사회-공산주의 사상을 어느 정도 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군대만큼은 좀 더 보수적인 사상 위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천인공노할 주장이 아닌가 한다. 군이 정당한 명령권자인 정부와 별개의 사상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의 절차이지 그 자체로 의사결정의 결과물이 아니기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바로 그 자유민주주의적인 절차에 따라 어떤 사상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좀 더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도, 좀 더 자유시장적인 방향으로도 말이다. 페미니즘으로도, 안티페미로도 나아갈 수 있으며 더 리버럴 하게, 혹은 더 대안우파적으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군이 그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지 않고 그 나라 그 사회에서 가장 보수우익 친화적인 입장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정당한 절차에 의해 안티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군이 여기에 불복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지금은 보수우익 성향 정부가 들어서서 보수우익 성향의 군과 합이 잘 맞아떨어질 수 있더라도

차후에 안티보수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 군이 스페인내전 때처럼 폭력으로 이를 전복시킬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다시 반복하는 말이지만 그 나라 그 사회 전체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수의 여론에 따라 합법적으로 정해져야만 하며, 이 부분에 있어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언제나 열려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부하(?)인 군 역시 그 모든 상황을 언제나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단순하게 '반공 친 개신교'라는 좁은 이념만을 추구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없으며, 그런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호하는 군 역시도 '반공 친 개신교'라는 좁은 이념만을 추구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선 안된다.

그걸 추구하는 순간 반역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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