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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Oct 19. 2023

여의도 2시의 거수기들

자기만의 신념체계가 없으면 거수기가 되는 게 필연

이준석이 '의대정원증가'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궁지에 몰리자 아마 자신의 주 지지기반인 "능력! 경쟁! 약자도태! 하버드 나오고 의대 나온 공부 잘한 우리 기득권 만쇄이!"에 호소하려는 것 같다. 좌파경제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산반점 짜장계 우익우파가 더 좋은 건 당연히 아니다. 




전술했듯 나는 좌빨이라서 이준석계 우익우파와 차이가 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입장에서 항상 궁금했던 건, '젊은 우익우파로써' 이준석, 문성호 싫어하는 이들은 무슨 이유로 싫어하는 것일까?


그나마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애국보수' 정신. 이승만 박정희 개신교 하나님 반공 이런 거 좋아하는 이들 말이다. 그 케케 묶다 못해 썩어 문들어지는 산업화담론 말이다. 젊은것들이 왜 벌써부터 그러고 있는지는 몰겠지만 이들은 반페미보다 '반공애국' 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보는데 이준석이 협조를 안 하니까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놓고 그런 자신들의 행보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포장하는 지점에서 드립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그럼에도 항상 궁금한 게, 저건 산업화 세대의 의제일 순 있어도 젊은 세대의 의제일 수는 없는데 왜 젊은 사람이 산업화 할아버지들의 의제를 대리해 주느냐는 거다. 이에 대해 제법 많은 이들이 해 왔던 말이 있는데, 포스트민주화세대는 힘이 없고 이 나라 정치는 어차피 양대(민주화 & 산업화) 대감님들 손아귀에 있기에, 힘을 얻기 위해선 그 양대 동탁 조조들한테 어느 정도 아첨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실로 정치적 매춘부다운 마인드가 아닌가. 화대를 지불한 새 주인님들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온가지 아양을 떠는 정치적 창부들이며 밥 주는 주인을 쩔래쩔래 쫓아다니는 멍멍이의 자태라 할 수 있겠다. 늬들이 그렇게 욕해온, 조국시위 따라다니는 민주진보 청년들이랑 본인들이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나?  



최소한 이준석은 민주화 산업화 이 케케 묶은 양대 담론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들만의 새로운 담론 시장을 개척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적어도 밥 주는 주인님 쫓아다니면서 꼬랑지를 흔드는 행보를 하진 않았던 사람이다. 


나 역시 평생 찐따 히키코모리로 살면서 온가지 병X짓들을 해 왔다곤 하지만 최소한 돈 권력 몇 푼에 양심을 팔아본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삶이 지금보다도 더 처참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돈 몇 푼어치에 정치적 신념을 장사질 할 생각은 없다. 권력 몇 푼어치에 목소리를 바꿔주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별 볼일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정도 신념은 지키다 죽을 것이다. 




이준석이나 문성호의 사적 결점이나 인격적 불완전을 명분 삼는 것도 우습기 그지없는데.. 나 역시 히키코모리 방구석에서 기어 나와 '정치'라고 하는 구석을 몇 년간 돌아보면서 개인적이고 사적으로 척지게 된 사람들 많이 있지만 최소한 그런 것만 가지고서 앙심품고 정치적인 적대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정치적 뜻이 있는 이라면 자기만의 정치적 노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 적아는 그 정치적 노선, 사상적 방향성에 의해 갈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이고 사적이며, 혹은 인격적인 문제가 발생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논조, 사상적 측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나랑 안 맞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나오는 거지 그런 걸로 무슨 정치적 적아를 결정하나? 그릇이 작다는 거고 그런 이들은 자신만의 사상을 만들어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존에 있는 계보(민주화, 산업화)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거수기로 기꺼이 제공하면서 몸값이 올라가는 걸 최고의 기쁨으로 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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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A :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XX당 : 반가운 이야기군요^^ 자, 그 이유가...

청년A : 일단 지나치게 페미니즘 적이고 PC스러운....읍읍(갑작스런 입막음)

XX당 : 아^^;; 이 청년은 드디어 사회주의가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역시 주52시간과 최저시급 인상은 무리였죠^^;;;

청년A : 읍...읍읍...웁

XX당 : 그리고 반공애국 정신이 사그라드는 것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군요^^

청년A : 읍읍

XX당 : 누가 모라해도 이래나 저래나 여긴 '자유민주주의'국가 아니겠습니까 허허^^ 추가로 절라도놈들이 날뛰는 것 역시 꼴불견이라는 점에 역시 동의하시리라..

청년 : 웁웁웁

XX당 : ...믿겠습니다^^ 역시 젊은이들도 이제야 민트릭스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군요. 여러분들의 애환, 이 XX당이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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