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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10. 2023

사기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의 세계

돌고 도는 수레바퀴

얼마 전의 일이다.

어떤 애가 페이스북으로 "박세환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하면서 퍽 살갑게 말을 걸어오더라. 대문엔 윤석열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고 조만간 선거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근데 난 갸가 누군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거든? 나도 이제 일방향 인간관계(나는 너를 알지 못 하지만 너는 나를 아는 인간관계. 유명인사들의 인간관계)의 경지로 나아가는 건가? 생각하면서 말을 붙여보니까 내용은 이래.


자신은 먼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고 지금 그걸 보상받는 법적 절차에 있는데 그 절차를 거치기 위한 준비물 중 '거액거래 통장'이란 게 있어야 된데. 그래서 거액의 돈을 입금해 주시면 거래기록만 남기고 무슨무슨 절차를 거쳐 바로 돌려드릴 수 있으니 입금기록 한 번만 만들어 달라고


뭔가 분위기가 쎄~ 해서 "만원 이만 원 위로금 보내드리는 건 몰라도 님이랑 내가 그렇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거액의 돈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 미안하다." 하고 끊었더랬다.


시간이 좀 흐르고.. 아니나 다를까 '그 넘'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피드에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모 유명인이 걸친 사기사건이 오랫동안 세간 입담에 오르내리는 중인데, '사기'의 세계라는 게 보면 다 그렇다. 다들 자기가 피해자라고 그래. 피해받은 인간들은 한 가득인데 어째 가해했다는 인간은 아무도 없어. 그게 사기 세계의 본질이다.


사기꾼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은 '피해자'라는 간판을 기본적으로 들고 다닌다. 그것은 가짜일 수도 있지만 나름 진짜일 수도 있다. 원래 사기라는 게 꾼들끼리 주고받는 경우가 많거든.


"애초에 세상 룰이란 게 기브 앤 테이크인데, 기브가 없거나 이상하리라만치 적은데도 큰 테이크가 보장된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의심을 해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게 탐난다고 덥석 물어버릴 인간군상이라면, 설령 그렇게 피해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마인드를 가진 인간이 과연 멀쩡한 인간이었겠나ㅉㅉ"


사기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우리 아버지께서 보여왔던 반응.


여튼 '사기의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접근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좀 신뢰가 가지 않는 그런게 있다.

이번에 진짜 순수하게 사기를 당하신 분들께는 위로를 드립니다..ㅜㅜ


+말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정치도 비슷하구나. 다들 자기가 피해자고 약자래. 가해자 강자는 아무도 없어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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