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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08. 2023

하도 어이없는 소리들이 많아서 적는 글

넥슨의 대응은 표현의 자유 침해도 아니고 사상검증도 아니다.   

적어도 제도권 내 정치/경제의 장에서 대중/소비자의 선택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대중/소비자의 탓을 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가 마음으로는 집권여당이고 삼성대기업을 꿈꾸며 대중/소비자의 마음에 호소하려 하지만 실제 그 선택을 받게 되는 경우는 언제나 소수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사람들의 충분한 호응을 받아내지 못하지만,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거야!" 라면서 화를 내는 건 정치세력 내지 기업으로써의 성장가능성을 포기하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기껏해야 술자리 푸념일 뿐. '국개론'이 병X짓이라고 조롱받는 이유이다.


제도권 정치/경제의 장을 살아가려면 아무리 원망스럽고 못 미더워도 '그' 대중/소비자를 답으로 놓고 그들의 미묘한 니즈를 향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별날 거 없이 어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너무나 자명한 진리기에 사실 이런 말을 애써 꺼내는 것 자체가 잔소리일 수 있으리라..




표현의 자유는 그저 내가 내 양심에 따라 언행해도 타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물론 그 '직접적인 위해 여부'가 종종 애매하긴 하다..)를 가하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정도의 개념인거지


내가 뭔 쌉 소리 쌉짓거리를 하고, 그로 인해 주변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 상황에 조차 세상이 그런 나를 언제나 우쭈쭈 해줘야 한다는 그런 특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특권은 제3세계 전제국가의 독재자에게나 허락되는 것이지 민주국가의 시민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며,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그런 특권은 오히려 아무도 누릴 수 없어야 하는 게 맞다.


(물론 페미 피씨들은 '내가 기분 나빴기 때문에' 누군가를 처벌할 수도 있다 식의 어거지 논리를 현실에서 구현시키려 했고, 그래서 '우리'가 맞서 싸웠다. 그리고 애초에 걔들은 표현의 자유 존중 안 하잖아?)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당신의 '표현의 자유'가 타인을 불쾌하게 했다면, 그럴 여지를 남겼다면, 그 여지만큼 타인들은 당신을 피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야 말로 '피하려는 이들의 자유'이다. 그저 당신이 그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당신에게 형사재판을 걸진 않을 것이며 그들이 당신에게 내어줄 수 있는 호의는 딱 거기까지이다.




넥슨 건에서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걸로 보이는 지점이 있는데(이 늦은 시간에 애써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뿌리나 여타 그림쟁이들이 남긴 손구락이, 설령 악의적 의도가 맞다는 걸 입증할 만한 완벽한 물증은 없다 하더라도 이들과 선긋기에 들어가려는 넥슨부류의 태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저 뿌리나 여타 그림쟁이들의 '어떤 행위'가 많은 이들에게 불쾌함을 주었기 때문에, 불쾌함과 우려, 의혹과 심지어 직접적인 피해전파의 여지를 느낀 이들이 선긋기와 거리 두기를 하고 싶어 할 뿐이다.

더 나아가 '그 손가락'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명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 대해 정당한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여기에서도 중요한 건 얼마의 피해가 전파되었느냐지 원작자의 선량한 의도 따위가 아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필자는 공이들이라는 작은 정치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필 행사 홍보물에 들어간 불교마크(卍)가 조금 이상한? 맥락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이걸 나치마크로 오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치자. 그래서 가뜩이나 우리를 고깝게 보던 페미 피씨들이 우르르 몰려와 "기회는 지금이다 여윽시 반페미 대안우파 나치 파쇼 결국 정체는 나치였노 271ya 데스웅차" 염병 법석을 떠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치자. 


필자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독실한 불교신자일 뿐 절대 나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은 악의적 의도가 결코 아닌 단순 실수에 의한 오해라는 걸 인지한다. 하지만, 그래도 책임소재를 묻고 담당자를 질타 하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런 오해의 여지를 준 게 1차적인 잘못이니까. 담당자는 1차적으로 무조건 수구리고 가는 게 맞는 거다. 대중을 상대로 혓바닥 긴 쌉 소리나 늘어놓는 게 아니라 말이다. 


그리고 다음에 할 일은 명확한 선긋기이다. 우리가 나치적 사상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간 그쪽계열 사상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판을 해 왔는지를 열심히 캡처하고 절절한 사과문과 함께 여기저기 뿌려대면서 이 사안이 철저하게 무지에 의한 실수에 불과했음을 적극 어필하려 할 것이다.

대중을 비웃으며 "불교마크도 못 알아보는 개돼지들 크라스 지리겄소ㅉㅉ" 이따위 국개론을 펴는 게 아니라 말이다. 



+상황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사과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미묘한 성명이나 내면서 "그런데 이젠 나치마크에 대한 피해망상도 슬슬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 3 세대나 지난 일 아닌가?" "솔직히 홀로코스트의 실체도 한번 즘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딴 X소리나 늘어놓고 있다면, 솔직히 내가 그 책임자 찾아가서 멱살 잡고 싸다구 갈겨도 무죄 아님?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주변까지 다 물고 들어가려 하냐고 말이야.

보통 상황을 더 키우고 복잡하게 만드는 이들은 그런 이들이다. 그래도 이런 이들과 함께 하는게 맞는건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나까지 엮여 같이 죽는게 맞는건가? 그게 오히려 더 '부자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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